도의회 교육위 ‘애월고 미술과’ 예산 전액 삭감
구체적 추진계획 없고 보통과 정원감소도 문제

이석문 교육감의 ‘예술 중점학교’ 공약이 부실한 준비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오대익)가 31일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201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도교육청이 계상한 애월고 미술과 설치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같은 심사에서 함덕고 음악과 시설 예산은 통과됐지만 ‘예술 중점학교’ 계획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고 모호하다는 근본적인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예술중점학교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석문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고교체제개편의 일환으로 애월고와 함덕고에 각각 미술과 음악과를 학년당 2개반씩 설치하는 ‘예술 중점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도심 주변부 인문계고(비평준화 일반고)의 경쟁력을 키우고, 예술계통으로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공교육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큰 틀인 ‘고교체제개편안’이 지난해 연말에야 확정되면서 예술 중점학교 계획도 출발이 늦어졌다.

▲ 상임위 제동
도교육청은 2017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이번 1차 추경안에 함덕고와 애월고 시설 예산을 각각 28억 9300만원과 23억 7200만원씩 계상해 제출했다.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예산 중 함덕고 예산은 전액 통과시키고 애월고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교육위는 “일반고에 특수과를 설치하는 ‘특수목적고’의 경우 준비가 덜 됐을 경우 자칫 일반과와 특수과(미술과)의 경쟁력을 모두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함덕고의 경우 동문과 주민, 학교 측의 의지가 크다는 점에서 상임위가 관련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우려의 시선들
‘예술 중점학교’에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면서도 학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강성균 교육의원은 1일 본 지와의 통화에서 “당장 올해 11월 입학생을 모집하겠다는 도교육청이 불과 몇 개월을 남겨둔 지금도 교재개발, 교원배치 등 교육과정 계획이 없다”며 “지금 상태에서 2017학년도 개설은 부실한 수업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과 설치로 인해 보통과 정원이 줄면서 인근 지역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애월읍이 지역구인 고태민 의원은 1일 통화에서 “애월고 보통과 정원이 줄면 애월고로 진학할 수 있는 애월지역 중학생 수가 줄어든다”며 “예술과 학생들을 위해 인근 지역 학생들이 농촌학교 진학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거리, 대입 전형)이 감소한다면 이는 역차별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애월고에는 학년당 보통과 6개반이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 중 2개반을 미술과로 전환하고, 4개반을 보통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애월고 보통과 학생 수는 학년당 기존 200여명에서 130여명으로 줄어든다.

더불어 ‘예술 중점학교’가 한 학교에 예술과와 보통과가 병행하는 형태라는 점에도 성공을 낮게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의 한 교장은 “학년당 2학급씩 3개 학년에 2개 학교면 총 12학급인데 이 정도 규모면 ‘예술고’ 형태로 가는 게 맞다”고 전제하며 “현실적인 여건이 안 된다면 보통과와 예술과 두 곳을 모두 살릴 특단의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과가 예술과에 밀려날 경우 학교 명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외부에서는 기본적으로 특수목적고 형태의 예술중점학교의 성공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귀띔했다.

교육비특별회계 1차 추경안은 오는 7일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사와 8일 본회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상임위의 결정을 존중하는 의회 관례상 교육위가 삭감한 (애월고)예산이 살아날 공산은 낮다. 2차 추경 역시 2017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시작되는 11월 이후 심의가 이뤄지고 공사기간 등 여러 일정까지 감안하면 두 개의 예술중점학교를 내년부터 운영하겠다는 도교육청의 야심찬 계획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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