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제주산돼지고기 청정 이미지 경고등 (8)
사육장 새롭게 단장하자 이상육 발생 크게 감소

▲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진유섭씨 농장 전경. 박민호 기자.

화농 등 이상육 발생 원인에 대한 미묘한 입장차이는 있지만 농가와 농정당국 모두는 구제역 백신 때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양돈수의사회)은 접종 방법과 횟수, 경제적 관점에서의 접종 부위 선택에 따라 이상육 발생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른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4년 14년간 다니던 그만 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양돈업에 뛰어든 진유섭 씨(64)의 농장을 2일 오전 방문했다. 농장에 들어서자 푸른 잔디와 잘 가꿔진 조경수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양돈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처음 3~4년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관련 노하우가 쌓이면서 돼지를 키우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진씨 역시 구제역 백신접종 이후 이상육 발생으로 적잖은 피해를 봤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접종 방법을 바꾸고, 양돈장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이상육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진씨는 “지난 2014년 후지부위에 접종을 하고, 사육환경을 개선한 이후부터는 화농 등 이상육 문제는 크게 줄어들었다”며 “결국 이 문제는 농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육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농가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행정에 기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책을 추진할 때 행정에서 농가의 입장은 충분히 반영, 그 반발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진씨는 “사실 제주지역은 특별법상 타 지역의 돼지고기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농가들의 생각”이라며 “실제 도정에서 이와 관련 설문을 했을 당시에도 찬성(51%)과 반대(49%) 입장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역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펴면서 고작 설문으로 결정해 버린 것이다. 이런 게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진씨는 최근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돼지의 습성을 사육환경에 반영,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동물복지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진씨는 “지역 여건상 외국과 같은 대규모 농장을 조성할 순 없다. 다만, 돼지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야 사람도 건강해 진다는 게 신념”이라며 “현 사육환경보다 3~4배 정도가 더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건강한 돼지를 만들어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른바 ‘똥 돼지 통시’ 문화로 대변되던 제주의 양돈 산업은 그동안 종돈 수입·개량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로 변환, 지역 축산업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돼지를 더 빠른 시간 내 생산하기 위한 이른바 ‘밀식 사육환경’이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돼지는 인간과 공존하던 ‘가축(家畜)’이 아닌 그저 ‘고기’를 제공하는 또 다른 ‘식량’의 개념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때문에 건강한 돼지를 생산하겠다는 진씨의 아름다운 실험은 오로지 생산량과 조수입 증대에만 공을 들이고 있는 당국의 농업 정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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