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6)다정큼나무

▲ 다정큼나무 열매. 꽃이 지고난 후 9월께부터 그 자리에 검은색의 동그란 열매가 맺는다.

다정큼·긴잎다정큼·둥근잎다정큼 3종류 전문가도 구분 힘들어
해안변 수림 가장자리·바위틈에 자생…5월부터 6월초까지 개화
최근 조경수로도 인기…잎·가지·뿌리 ‘약용’·수피 ‘염색’에 활용

해안지역은 어느 곳보다 강한 바람과 염분에 노출되는 지역이다. 겨울 추위와 여름의 더위속에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지역은 적응력이 뛰어나고 강인한 식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추위나 염분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나 자생지인 바닷가뿐만 아니라 내륙지역까지 파고든 키작은 나무로 근래 조경수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다정큼나무가 있다.

해안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목류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철나무를 비롯하여 우묵사스레피나무, 다정큼나무, 돈나무, 동백나무 등의 상록성인 종류가 있고, 왕작살나무, 장구밥나무, 황근, 갯대추나무, 누리장나무 등 낙엽성인 종류들이 있다. 이 중에서 상록성이면서 꽃이나 열매를 감상하기에 제격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나무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다정큼나무가 많은 이들로 부터 선택을 받을 것이다.

▲ 다정큼나무 꽃은 5월부터 시작해 6월초까지 그 청초함을 이어간다. 꽃은 흰색으로 원추형의 꽃차례이다.

다정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키가 작은 관목종류이다. 식물분류학적으로 장미과(科)의 다정큼나무속(屬)으로 구분 되는데, 동아시아지역에 수종이 자라며 국내에는 다정큼나무속에 다정큼나무, 긴잎다정큼, 둥근잎다정큼 등 3종류가 자라고 있다. 주로 전체적인 잎의 모양과 잎가장자리의 거치의 모양이나 형태 등의 차이에 따라 분류를 하지만 이들 3종류는 다소 구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둥근잎다정큼의 경우는 대체로 원형이나 폭이 넓은 타원형의 잎을 가지고 있어 구분되며, 긴잎다정큼은 다정큼나무보다 폭이 좁고 긴 잎을 가지고 있어 차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둥근잎다정큼을 빼고는 중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 전문가들도 구분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 둥근잎다정큼 꽃.

다정큼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주로 바닷가 주변이다. 물론 제주도에는 해안지역보다는 오히려 공원수나 가로수로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섬, 범섬 같은 부속도서나 추자지역 등에서 보면 주로 해안선으로 따라 자라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다정큼나무의 자생지는 해안변의 수림의 가장자리나 바위틈을 따라 형성되며, 특히 복잡하고 거칠게 솟아난 암석들이 노출된 지역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입지환경은 종자의 정착이 다른 지역보다 용이하고 토사들이 쌓이기 좋은 지형으로 바위틈을 따라 목본식물이 생육하기에 그나마 좋은 미세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다정큼나무는 베트남, 필리핀, 보르네오, 중국남부, 대만, 일본의 혼슈에서 오키나와까지 거의 아시아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라남도(거문도, 외나로도, 목포)와 경상남도의 해안지역에 자라고 있다. 다정큼나무의 꽃은 5월부터 시작하여 6월초까지 이어진다. 꽃은 흰색으로 원추형의 꽃차례이며 작은 키의 나무지만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지게 하는 충분히 매력적인 꽃을 피운다.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총총하게 피어난 모습은 다른 상록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꽃이 지고 난 후 9월경부터는 그 자리에 검은색의 동그란 열매들로 가득하게 되어 또 다른 감성을 자극하게 된다.

▲ 둥근잎다정큼 열매.

다정큼나무 종류 중 가장 매력적인 종류는 아마도 둥근잎다정큼 일 것이다. 다른 다정큼나무보다 잎이 거의 원형이나 넓은 타원형으로 두툼해 보이는 점도 있지만, 개화기에 보면 다른 종류보다 조금은 화려한 꽃을 피우며 이후 열매의 크기도 조금 더 굵기 때문이다. 이 종류는 제주도의 해안가에 종종 자라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특히 해안선이 복잡하거나 거칠거칠한 현무암질 용암류가 나출되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주는 동쪽 해안지역에서 많이 확인되고 있다. 모진 해풍에도 잘 견딜 수 있고 부유물이나 토사 등이 쉽게 쌓일 수 있어 분포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진다. 지형특성상 꼭꼭 숨어서 자라는 경우도 많아 가까이 가야만 접할 수 있으며, 개화시기가 되어야 그 실체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알려진 다정큼나무의 주된 용도는 아무래도 조경용으로의 이용이 많다. 일반적으로 도로변이나 공원 등의 낮은 수벽용이나 화목원의 구성 수종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잎, 가지, 뿌리는 일부 피부질환이나 상처 등에 약용할 수 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그 외로 수피는 그물의 염색용으로도 활용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다정큼나무의 이명에는 쪽나무라는 이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드물게 전라도지역에서는 다정큼나무의 검정색 열매를 밥에 넣으면 색깔이 좋고 밥을 찰지게 한다는 전통적인 이용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다정큼나무는 두툼한 잎이 있어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도 잘 이겨내는 식물이다. 바닷가에서도 거의 선단부에 자라 그 강인함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꽃도 예쁘게 피어 일찍 사람의 관심을 받는 종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은 이렇게 바다를 지키는 식물이 바닷가를 떠나 중산간의 도로변을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추위에도 잘 견디면 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혹한기 제설 등에 따른 염해에도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고향은 바닷가 인근이지만 그 특유의 강인함을 무기로 하여 이제는 중산간의 도로 중심에 까지 식재되어 자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자생수종의 특성을 잘 이용한 사례 중 하나로, 다정큼나무의 초록과 꽃의 흰색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기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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