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6> 튀니스의 메디나(Medina, 구도시) ②

비슷한 시기 독립, 빠른 성장에 신뢰·존경 의미
132년간 지어진 지투나 사원, 시대 따라 다른 대문 색 눈길 
13C 건축된 북아프리카 최초의 기숙사 등 700여개 건물 원형 그대로

튀니스(튀니지의 수도)의 구도심 시장(수크)에서는 여행하는 아시아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아시안 인만 보면 ‘니하오’ ‘곤니찌와’를 외친다. 심지어 호응이 없으면 ‘칭챙총’이라고도 한다. ‘칭챙총’은 중국어 발음이 서양인들에게 우습게 들리는 것을 비꼬는 말로 중국인뿐 아니라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단어다.

▲ 구도심 시장의 모습. 아랍국가임에도 젊은 연인이 자유롭게 스킨쉽을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국을 좋아하는 튀니지 사람들

한번은 이곳을 지나가다 ‘칭챙총’이라는 소리가 들리기에 따진 적이 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놀리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더니 아주 당황해 하면서 바로 사과를 한다. 악이 없이 놀리는 말인 것이다. 그 후로는 내가 이 길을 지나 갈 때마다 “꾸리(코리아)” “꾸리”하고 인사를 한다. 지금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됐다. 물건도 싸게 준다. 나는 매일 이곳을 드나들면서 가끔 물건을 사거나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점포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고 내가 한국인이란 것을 잘 안다. 여러 점포의 친구도 생겼다. 이곳 시장에서 파는 제품들은 정찰제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관광객에게 받는 가격과 현지인에게 받는 가격이 다르다. 현지인 친구를 대동하고 가면 싸게 살 수 있다.
 
튀니지 사람들은 일본보다 한국을 좋아한다. 자기네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을 하고도 세계 경제대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삼성, LG와 기아 차를 최고의 제품으로 선호한다. 특히 삼성 스마트 폰은 두 달 정도의 봉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데도 구입한다. 튀니지에서는 ‘애플’은 광고도 하지 않으며 팔지도 않는다.

▲ 132년동안 지어진 지투나 사원

▲132년동안 건축된 지투나 사원

삶의 소리가 요란한 시장을 빠져나오면 거대한 ‘지투나 모스크(Mosque Zitouna)’가 나타난다. 732년 이슬람 오마이야드 왕조때 짓기 시작해 864년 아글라비드 왕조때 완성된 대표적인 초기 아랍건축이다. 대예배실은 ‘카르타지(Carthage)’에 있던 로마시대 건축물들에서 184개의 기둥들을 가져다가 건립했다고 한다. 나중에 튀니지 종교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지투나 모스크’는 북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설립된 ‘그레이트 모스크'에 이어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을 포함하는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모스크이다. ‘지투나’란 올리브 나무를 말한다. ‘하산 이븐 누만’이 이곳에 있던 올리브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곳은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내부로 쉽게 들어갈 수 없는데 어느 날 시장을 지나가다가 대리석 기둥이 보이는 문이 열려 있기에 멋도 모르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지투나 모스크’의 후문이었다. 행운이었다.

지투나 사원의 오른쪽 골목길은 양탄자를 파는 지역(수크 엘-레파, souk el-Leffa)이다. 지투나 사원 앞에 외국인이 서있으면 구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를 안내시켜 주겠다는 호객꾼들이 몰려든다. 이 테라스는 ‘파레드 오리엔트’라는 카펫 상점의 옥상이다.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튀니스의 메디나’ 전경을 볼 수 있다. 호객꾼들이 안내해주겠다고 해서 덥석 따라 가서는 안 된다. 이곳을 올라 갈 때는 사전에 금액을 흥정하고 가야 한다. 나는 처음 올라갔을 때 10디나르(한화 6000원)를 달라고 하자 5디나르로 흥정 하고 올라 간적이 있다. 튀니지에서는 한 끼 식사가 보통 5디나르 하기 때문에 5디나르도 큰 돈이다.

지투나 사원에서 윗길을 따라 올라 가면 지금은 금은방 지역으로 변한 노예시장이 나오고 그 근처에 건축양식이 색다른 모스크가 하나 있다. 현지인 친구가 이 모스크는 오스만 투르크가 이곳을 지배할 당시 1616년에 지은 첫 오스만 제국의 양식이라고 한다. ‘유세프 데이 모스크’(Youssef Dey Mosque)라 불리는 이 사원의 특징은 대부분 사각형인 전통 아랍의 모스크 탑과 달리 화려한 8각형이며 지붕이 녹색이라는 점이다.

다시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화려한 ‘베이 궁전(Dar al Bey)’이 나온다. 베이 궁전은 오스만 투르크가 이곳을 지배하던 17세기에 건축한 왕궁이다. 프랑스 식민시절에는 프랑스 총독부 공관으로 쓰였고 지금은 국무총리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 이 곳에서는 대문이 화려하다. 시대마다 다른 색을 상징한다.

▲왕조마다 다른 대문의 색깔

구도심을 걷다보면 신비하고 다채로운 아주 큰 대문들을 볼 수가 있다. 직사각형 대문은 하프시드 양식이고, 대문 아래에 작은 문이 달린 ‘코우카(Khoukha)’라는 문은 ‘아브드 알아지즈 이븐 무사 이븐 누이사르’의 아내인 스페인 공주가 이슬람교도 신하들로 하여금 그들의 군주인 남편에게 경배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문이라고 한다. 작은 문이기 때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개를 숙여야 한다.
 
대문의 색깔은 왕조에 따라 달랐다. 황토색은 코란에서 신이 사랑하는 색이고 초록색은 천국의 색이며 아글라브 왕조는 하얀색, 파티마 왕조는 초록색, 산하지드 왕조는 붉은색, 1228년부터 1574년까지 튀니스를 지배한 하프시드 왕조는 이들 모두를 합친 삼색(흰색. 초록색, 붉은색)을 다 사용했다. 문에 있는 장식도 크고 작은 못을 이용해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대개 기독교를 뜻하는 십자가나 카르타고의 다산의 여신인 타니트(Tanit), 오스만 투르크를 상징하는 달, 다윗의 육각형 별 등이다.

이 곳에 온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이곳을 아직도 다 둘러보지 못했다. 13세기에 건축된 북아프리카 최초의 기숙사와, 14세기 대표 역사학자인 ‘이븐 칼둔’의 생가 등 700여개의 건물들이 파괴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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