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동안 장애인복지관서 '검도 재능 기부'
성금·쌀 기부 꾸준…"나눔은 수련의 한 부분"

욕심이 많으면 칼과 몸이 따로 놀아요. 나를 비울 때 비로소 칼과 하나가 됩니다.”

14일 오전 제주시 화북1동에 있는 해동검도화북도장에서 만난 황연익(41) 관장이 자신이 남을 돕는 이유를 설명하며 서두에 이같이 말했다. “수련하면서 나를 비우려고 하다보니깐, 욕심이 사라졌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가진 것을 주변에 어려운 이웃에 나눠줘도 전혀 거리낌이 없답니다. 이것도 수련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황 관장은 14년 전에 해동검도를 처음 시작했다. “다른 운동들은 남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해동검도는 달라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죠.”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자신을 비우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검도를 시작했을 때는 남들보다 잘하려다 보니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자주 다쳤어요. 실력도 늘지 않았고요. 자신을 내려놓으면서 다치지도 않고 실력도 많이 좋아졌죠.”

이때부터 그의 나눔도 시작됐다. 그는 11년째 제주시에 있는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20여명의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매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1년 전이면 저도 사회 초년생이라 그렇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죠.” 그는 사회활동이 쉽지 않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함께 검술공연을 하는 등 장애인들을 위해 열심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꾸준히 성금을 기부하거나 제주시 화북동 지역에 사는 불우이웃에게 쌀을 기부하는 등 활발하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 나눔에는 혼자서 하는 나눔이 아닌 함께 하는 나눔이 있었다. “재작년에 검도관 수련회에서 아이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밥 한 끼를 아끼기로 했어요. 그 돈은 세월호 사고 피해 유가족에게 전달됐어요. 그러면서 아이들도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이 만들어준 상장이 놓여 있었다. 상장에는 본받고 싶은 인물이 아빠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이 아빠가 주변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돕는 걸 보고 인상 깊었나 봐요. 다른 친구들은 스포츠 스타를 꼽았지만, 저희 아이들은…. 이걸 받았을 때 찐한 감동을 했어요. 수련하는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고 나눔을 실천하다 보면 아이들도 따라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에게서 받은 명함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있었다. “검의 길은 선의 길이요. 곧 도의 길입니다. 검을 잡고 호흡을 고르면 마음은 호수와 같이 고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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