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프링스 역대 최고 기온…애리조나에서만 4명 이상 사망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부와 애리조나 주, 네바다 주 남부, 뉴멕시코 주 등 서남부 지역에서 지난 주말부터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떨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기상청은 전날 이 지역에서 하루 최고기온 기록이 17개나 작성됐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팜 스프링스 인근 사막 마을인 서멀의 최고기온은 이날 오후 49.4℃를 찍었다. 이는 지난 1929년에 기록된 최고기온 47.8℃보다 1.2℃ 높은 수치다.

또 같은 주(州) 로스앤젤레스 인근 우들런드 힐스 지역은 2008년과 같은 42.7℃를 기록했다. 로스앤젤레스(LA) 북부 버뱅크의 기온 역시 42.7℃로 종전 기록(41.1℃)을 가뿐히 넘었다.  로스앤젤레스 시 중심가의 기온도 35.5℃로 치솟았다.

사막인 애리조나 주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애리조나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피닉스의 수은주는 전날 47.7℃를 가리켜 종전 최고(46.1℃) 기록을 근 50년 만에 갈아치웠다. 20일에도 피닉스, 투산 유마 지역의 기온은 46.1∼48.9℃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다.

폭염에 따른 탈진 등으로 애리조나 주에서만 4명 이상이 숨졌다.  기상 당국은 멕시코에서 이동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촉발된 이번 살인 더위의 기세가 20일 정점에 오른 뒤 21일부터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온이 상승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캘리포니아 주 초목을 태우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 시 북서쪽 샌타바버라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은 40℃ 이상의 고온 건조한 날씨와 시속 80㎞의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여의도 면적(2.9㎢)의 11배가 넘는 32.3㎢에 달하는 광활한 초목이 잿더미로 변했다.

하지만 산불 발생 지역이 험준한 데다 접근이 어려워 산불 발생 닷새가 지나도록 진화율은 54%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샌타바버라 소방국은 '일몰 바람' 현상으로 야간에 산불 진행 방향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주 초목이 바짝 마르면서 산불 확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날 LA 북부 샌가브리엘 산맥 아래 두아르테아와 아주사 지역에서 각각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 쌍둥이 산불은 이날 오후 현재 각각 2.02㎢, 2.43㎢의 면적을 태우고 인근 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인근 실버 레이크에서는 전날 화재가 발생해 도로 2개가 폐쇄됐다. 고온과 진화라는 두 개의 장애물과 사투를 벌인 로스앤젤레스 소방 당국은 소방관 200명과 헬리콥터를 투입해 45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한편, 멕시코 접경 지역인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도 같은 날 발생한 산불로 임야 6㎢가 폐허로 변하고, 25개 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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