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7)암매(돌매화나무)

▲ 개화기에 접어든 암매군락
▲ 겨울암매군락.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가 한라산에서 자라고 있다. 처음 보는 경우 대부분 풀종류가 아닐까라고 오인할 정도로 키 작은 식물로 아무리 커도 5cm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잎의 길이도 0.5cm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키 작은 나무는 상록수이며 혹독한 겨울날씨로 유명한 한라산 백록담 주변에 자라고 있다. 암벽에 딱 붙어 자라지만 화려한 매화 같은 꽃을 피워 암매(岩梅, 돌매화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

 

■6개 속 20종 전 세계적으로 분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나무 중 하나로 하이퍼리언(Hyperion, 115m), 헬리오스(Helios 114.7m)이라는 아메리카 삼나무종류들도 있는데 모두 110m 이상인 거목들이다. 이 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자라는 세콰이아(Sequoia sempervirens)는 1998년 측정당시 그 키가 무려 112m에 달했다고 하며, 이나무와 비슷한 자이언트 세콰이아나무도 수고가 80m 이상이고 둘레가 11m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제주도나 국내에는 이정도 크기의 나무가 자라는 경우는 없지만, 반대로 가장 키가 작은 나무는 자라고 있다. 바로 돌매화나무과(科)의 암매(Diapensia lapponica var. obovata 돌매화나무)이다.

돌매화나무과(科)에는 6개의 속에 약 20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만 분포하며, 국외에는 시베리아동쪽, 우수리, 극동러시아(쿠릴, 사할린), 캄챠카, 일본의 홋카이도, 혼슈 북부 및 중부에 분포하고 그 외로 북미 서부에도 생육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분포를 본다면 제주도의 한라산 분포는 매우 이례적이며, 아시아지역 분포선을 한반도를 지나 제주도까지 쑥 내려서 그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식물분포 및 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식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돌매화나무는 오래전부터 희귀식물의 하나로 주목받아 왔으며, 현재도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 암매군락의 겨울 모습.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육

한라산에서 자라는 암매는 대부분 백록담의 북쪽사면에 분포하고 있으며 간혹 백록담화구벽 중 송이가 나출된 지역에서도 관찰 된다. 바위면을 따라 흐르는 빗물이나 잦은 안개속의 수분 등을 유일한 양분으로 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생육하고 있다.

암매는 암벽을 따라 대부분 크고 작은 패치형태로 자라기 때문에 단독군락을 형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오래되고 패치가 클 경우는 다른 식물들과 혼재해서 자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물론 모든 암매 자생지들이 높은 절벽에만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범접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거의 지면과 맞닿아 자라기도 하며, 풍화로 인해 바위가 통째로 지면에 떨어져서 자라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암벽에 붙어 자라는 암매와 같이 살 수 있는 식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식물이든 모두 들어와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면 거칠고 열악한 환경을 좋아하는 암매가 분포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고 사실상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자라고 있는 암매의 자생지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에는 어려운 생육환경이기 때문이다. 간혹 한라꽃장포, 돌양지꽃, 설앵초, 바위떡풀, 다람쥐꼬리, 털진달래 등이 같이 자라기는 하지만 그리 많은 개체수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 암매 개화주.

■5월 중순~6월 초 개화

암매는 수고가 매우 작고, 바닥에 딱 붙어 기어다니는 형태로 한군데에서 밀집해서 자라는 특징이 있으며, 혁질(革質:가죽 같은 질감)인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뒤로 살짝 말려있다. 참고로 국내에 분포하는 암매는 변종으로 모종은 잎이 가늘어지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겨울동안 이 잎들은 초록색이 아닌 짙은 보라색을 띠며 겨울나기를 한다. 점차 기온이 올라가고 개화기가 가까질 무렵에 초록색으로 색변화를 하고 개화기를 마주하게 된다.

꽃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차이를 두면서 개화하며 꽃자루는 수고보다 길게 뻗으며, 연약한 꽃자루에 비해 버거울 정도의 화려한 흰색 꽃을 피운다. 꽃은 통꽃으로 꽃잎은 가운데 부분이 살짝 갈라져 있고, 꽃잎 안쪽으로 수술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창 개화시기에는 부지런한 개미들의 노력으로 꽃가루가 옮겨져 수분이 이루어지며, 열매는 삭과로 그 안에는 지름이 약 3mm 정도인 작은 종자들이 들어 있다.

암매는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한라산 백록담과 그 인근지역이 국내 유일한 자생지이다. 시로미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북방계식물로 식물지리학적인 연구 및 극지 고산식물의 연구에 중요한 소재로 과거부터 그 위상이 높았던 식물이다. 고산식물이나 희귀식물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라는 애칭으로 인해 그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로 그 생육이 위협받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식물로 구분되어 있어 전문가 그룹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관심들이 모아져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인 암매가 먼 미래에도 계속 한라산을 지켜주는 거대한 존재로 계속남아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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