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원희룡 제주도지사 특별인터뷰

▲ 원희룡 제주도지사(오른쪽)와 김철웅 제주매일 편집국장이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mino77@jejumaeil.net

제주매일은 창간 17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원희룡 지사는 대담을 통해 취임 후 2년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그간의 논란이 됐던 사안들, 최근 지역사회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지사로 2년이 지났다. 소감과 평가는.

=그동안 원칙 없이 이뤄지던 투자유치, 난개발, 저가관광,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시장의 과열현상에 대해 과감하게 손질했고, 어느 정도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내공도 쌓였다. 결국은 도민이 행복해야 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제주가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남은 기간 더 분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겠다.

▲지사가 내세우는 것이 소통과 협치다. 지난 2년 동안의 소통과 협치를 평가한다면.

=과거 기득권과 관행을 바꿔나가는 개혁과 협력을 동시에 하다 보니 부딪치고 어려운 면이 있다. 협치의 초점은 민관 협력이다. 관 위주로 일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시민의 주도권을 대폭 강화하고 도민사회의 에너지를 끌어들여 창조적 행정을 해나가겠다는 취지다. 탁상공론,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협치를 통해 권한을 나누고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낫지 않나. 원도심 재생사업을 문화예술인, 시민들과 추진하면서 가능성도 확인했다. 환경보전, 투자관리, 부패방지, 이주민 정착과정 등으로 협치의 폭을 차근차근 넓혀 나가겠다.

▲앞으로 임기가 2년 남았다. 이것만은 해야겠다는 사업 또는 분야가 있다면.

=지방자치 20년, 특별자치 10년 사이 숙제들이 밀려 있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게 난개발, 부동산, 대중교통, 관광, 주택 등 한 둘이 아니다. 제2공항 따냈더니 또 다른 과제가 생긴다. 제주에 다가온 기회를 살리고 새로운 밥상을 차려야 한다. 도민들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들이 나와야 한다.

▲현재 제주의 상황과 앞으로를 전망한다면.(경제상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선진국 모두 성장의 위기에 빠져 있다. 반면 제주는 인구, 관광객이 증가하고 기업이전, 투자 확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은 기회다. 제2공항, 강정 크루즈, 신화역사공원, 제주신항만 등 인프라 사업들은 앞으로 10년 정도는 제주의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제주 4대 성장 축을 발판으로 1차산업의 안정, 관광의 질을 높이는 일, 인공지능 시대에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두뇌산업 등 스마트한 산업생태계를 키우는 일, 특히 이에 대비한 교육혁신 등 당장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인구절벽시대에 제주가 미래의 모델도시가 되도록 속도를 내겠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매일과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취임 후 2년간의 소회를 밝히며 남은 임기 동안 도정을 어떻게 이끌어 갈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mino77@jejumaeil.net

▲국토교통부 산하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기관으로 하자는 의견들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15년 전과 비교해서 제주의 투자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산하기관으로 하든지 JDC에 대한 제주도와 의회의 제도적 영향력을 확보하든지 보완이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거나 대통령선거 등 정치적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 당장은 쉽지 않지만 논의할 시점은 됐다. 이대론 안 된다.

▲제2공항 사업과 관련, 제주공항공사 설립 의향은.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 사업 시행 주체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되고 공항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저 혼자 결정해서 되는 게 아니고, 중앙정부와 도민 공감대가 중요하다.

▲지사는 원도심 활성을 이야기하며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원도심 재생사업은 욕구와 생각이 충돌하는 문제다. 부수고 새로 짓기보다는 제주의 정체성과 공공의 가치, 보전과 문화 중심 등을 녹여낼 수 있는 공공적 생태계 조성이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로마, 폼페이 같은 곳은 역사문화로 먹고 산다. 우리도 역사와 문화 인문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보전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시 원도심 재생철학이 ‘옛 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시재생사업에 속도를 내겠다.

▲해군기지 사업으로 인한 해군의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다. 과거 천성산 KTX 터널, 새만금, 밀양 송전탑 건설도 반대로 지연됐는데도 구상권 청구는 없었다. 공사도 끝났고 민·군 화합이 필요한 시점에 악수를 둔 셈이다.

▲구상금 청구건에 있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면.

=해군 당국은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당장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만큼 강정마을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특별자치도 시행 10년이다. 지사가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특별자치도를 평한다면.

=홍콩, 싱가폴도 100년 역사 속에 지금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가 10년에 이룬 결과는 나쁘지 않다. 절반은 성공이다.

양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는데 문제는 출발 당시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특별자치 도입에 따른 낙수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삶의 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도민들이 인식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사는 특별자치도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결국 도민 체감도가 높아져야 한다.

전기차, 풍력발전 등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전국 형평성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주와 국가 공동 발전 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도지사의 권한부터 가능한 내려놓을 생각이다. 행정시 자율권을 더욱 보장하고 협치를 통해 정책결정과정에 도민참여 기회를 늘릴 것이다.

▲지사가 그리는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

=제주도가 내용적으로 보면 굉장히 방대하다. ‘작은’ 대한민국이다. 제주의 변화가 곧 대한민국의 변화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안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21세기 인류의 가치와도 부합하고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만들 수 있다. 제주의 청정 자연, 자기만의 힐링과 인문적인 요소, 교통과 스마트기술에서 오는 편리, 깨끗한 에너지, 전기차, 휴양, 2차산물을 이용한 바이오산업 등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이러한 것들이 연결되어서 제주의 다양한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정치인 원희룡의 앞으로 계획은.(도지사 재선 출마 여부 등을 아울러서)

=도민이 이제 됐다고 해야 제주해협을 건널 수 있고 그 다음이 있다. 도민의 뜻을 따르겠다.

대담=김철웅 편집국장
정리=김승범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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