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좋아 모임 결성 주도
회원 무료 강습 합동공연
'수익금' 이웃돕기 기탁
각종 시설 정기 공연 기부

이틀 내리 내린 장맛비가 그치고 햇볕이 든 30일 오전 제주시 이도 2동의 한 골목. 기타의 여섯 개의 현으로부터 나오는 청아한 화음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인근 제주통기타모임의 연습실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이날 기타 연주를 한 조남일(48) 제주통기타모임 대표는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세상이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과 같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수줍게 얘기했다.

현재 제주교도소에서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조 대표는 어렸을 때 기타의 아름다운 음색에 반해 독학으로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부모님께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독방을 내줬는데 제가 몰래 기타를 튕기다가 들켰어요. 부모님께서 노발대발하시고는 기타를 부숴버리셨죠. 친구한테서 빌려온 비싼 기타였는데 말이죠. 그때 정말 많이 혼났어요.”

조 대표의 기타에 대한 열정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졌다. 2003년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기타 연주를 사람들과 공유해 오다가 2005년에는 자신의 집을 제주 지역에 거주하는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제주통기타모임이 시작됐어요. 관리비로 한 달에 만 원만 내면 여기서 기타 연습을 할 수 있죠. 제가 회원들에게 무료로 기타를 가르쳐 주기도 해요.”

기타를 사랑하는 120여 명이 모인 제주통기타모임은 매해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다. 공연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제주 지역에 사는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간단한 공연이라도 공연 전에는 꼭 몇 개월 전부터 회원들과 함께 연습해요. 다들 직장들이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죠. 공연에서 나온 수익금도 회식하는 데 쓰지 말고 도내 어려운 이웃을 쓰자고 그래요. 다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에요.”

조 대표는 재작년부터는 회원들과 제주교도소, 요양원, 장애인시설 등을 돌며 두 달에 한 번씩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2014년이었을 거예요. 제가 일하는 제주교도소에서 회원들과 수감자들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저희 회원 중에 시각장애인 기타리스트가 있는데 그 회원의 공연을 보고 한 수감자가 공연 내내 우는 거예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었는데 그 공연을 보고 큰 힘을 받았다고 하네요.”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음이 함께 울릴 때 어울리는 소리인 ‘화음’은 음악에서 중요하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밴드가 보통 자주 해체돼요. 각 악기 주자들이 서로 자신을 돋보이려고 해서 그래요. 우리 모임이 10여 년간 없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조율’ 때문인 거 같아요. 실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저희는 관객에게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기 위해 서로 소리를 맞추려고 노력하거든요. 세상도 이와 같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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