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정치학(사이코폴리스틱)의 창시자의 한사람인 F.I 크린스타인에 따르면 미국의 대통령은 그 정치적 역할이상으로 심리적, 상징적 의미에서 중요하다. 많은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여긴다. 이른바 ‘부친 동일화 현상’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직후 국민여론조사센터(NORC)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미국인의 43%가 식욕부진, 48%가 두통, 68%가 신경성 긴장상태를 호소했다 한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사후에도, 링컨, 매킨리, 가필드 하딩 등 현직대통령의 임기 중 급서 후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한다.(H 오란스키 연구) 미국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의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조사다.

▶지도자의 타입은 시대에 따라, 퍼스낼리티에서 다르다. 70년대의 후반 미국을 이끌었던 지미 카터는 임기중 “왜 베스트를 다 하지 않는갚라는 자서전을 펴냈다. 자서전 제목 만 큼 그는 매우 근면한 ‘노력갗로 평가된다. 그는 임기중 관저의 행사나 복장을 검소하게 했다. 그 대신 국민 생활에 비교적 세세한 배려를 쏟았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모성애 적’이었다.

80년대 영국의 수상을 지낸 대처는 남성적인 업무 수행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만큼 그는 ‘부성적’이었다. 자신의 인격으로 강한 국가를 나타내도록 했다. 국민들에게 자신이 강자로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세대 특강에서 “보수는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고 진보는 더불어 살자는 것”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발언으로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들의 분노가 끓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발언으로 종종 국민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이 한국의 상황과 시대에 맞게 도덕성과 개혁적인 면에서 매우 돋보이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발언 하나로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국민들을 갈등을 겪게 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게서 우리는 미국인들처럼 부성적 대통령 상(像)을 바라지 않는다. 대통령이 모성애적으로 국민을 대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임기동안 국민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이었음 좋겠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란, 국민들의 구설(口舌)에 대통령이 오르내리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의 구설수가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평가 이상으로 평가된다면 대통령의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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