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28)‘노랑무궁화’ 황근

▲ 제주도의 해안지역 황근 자생지를 살펴보면 해안선이 복잡하거나 만처럼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거나 조간대가 넓게 형성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여름이후로는 주변을 자세하게 둘러보아도 꽃이 피는 나무들이 드물 것이다. 자생하는 식물로는 자귀나무 정도 생각이 나며, 그 외로 머귀나무, 두릅나무 등이 있고 생활주변으로는 능소화, 배롱나무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주해안에는 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크고 화려한 꽃이 있다. 바로 일명 노랑무궁화라고도 불리는 황근이다.

■주로산업용으로 재배…해안지역 서식

황근(Hibiscus hamabo)은 아욱과의 키작은 나무이다. 이 아욱과(科)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여 종류가 있으며, 대부분 초본류가 많고 미주와 열대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목화도 여기에 속하며, 이외에도 무궁화속(屬), 접시꽃속(屬) 등이 있다. 이중 황근이 속해있는 무궁화속(屬)은 전세계적으로 약 200종류가 있으며, 주로 관상용이나 산업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황근과 유사한 종류로는 나라꽃인 무궁화가 있으며, 외래식물로는 부용 같은 식물들이 있다.

주로 해안지역에만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식물인 황근은 동아시아지역의 맹그로브(mangrove, 열대, 아열대의 해안이나 하구 일부의 해수 또는 담해수의 조간대 진흙땅에 자라는 식물이나 식생의 총칭)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해안지역 황근 자생지를 보면 해안선이 복잡하거나 만처럼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거나 조간대가 넓게 형성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지형들은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식물의 종자들이 초기에 정착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상절리가 발달하고 해수면보다 높은 해안선으로 가진 지역에서는 자생지가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차이가 있다. 그래서 주로 제주도의 남부나 서부지역보다는 동부지역에 자생지가 많은 편이다.

▲ 황근 꽃(위쪽)과 황근 열매.

■표선지역에 대규모 자생지 분포

제주도의 황근 자생지는 섬 전체에 걸쳐 해안뿐만 아니라 주변 부속도서 등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서귀포의 천제연하구와 서건도 주변해안 및 무릉지역 등이 있고, 특히 조간대가 넓게 형성되어 있는 표선지역에는 대규모의 자생지가 있다. 제주시지역으로는 북사면으로는 식산봉 주변지역에 대규모의 자생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외로도 김녕해안지역과 월정, 용당 해안가 등이 있으며, 소규모의 자생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비양도의 펄랑못 주변에도 군락지가 습지 곳곳에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규모가 큰 자생지들은 대체로 섬의 동부지역에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계절풍의 영향과 입지조건 및 강수량 등의 차이에서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황근이 자라고 있는 자생지를 살펴보면 대체로 황근만이 단독으로 우점하여 자라는 경우가 많다. 생육환경으로 보면 용암류가 나출된 해안의 바위틈에 퇴적물이 쌓여 있는 지역으로 그 만큼 다른 식물들이 적응하여 자라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포를 볼 때 제주지역은 황근은 용암류가 나출된 제주의 해안을 대표하는 나무로 보아도 충분할 것이다.

■개화특성상 오래전부터 관상수로 이용

황근과 유사한 지역에 자라는 식물에는 갯대추라는 식물이 있다. 두 식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아시아지역의 망그로브식물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 생육환경적인 측면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두 종류 중 황근이 갯대추보다 수분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 생육입지에 차이가 발생하여 같은 해안지역이지만 생육지는 서로 구분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김녕지역이나 일과리 등에서는 황근의 자생지에는 갯대추가 인접하여 분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주의깊게 본다면 각각의 생육환경은 동일한 생육조건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지의 끝에서 1송의 노란색 꽃이 피는 황근은 그 개화시기가 6월에서 8월까지 이어지며, 꽃의 중심부는 암적색으로 특이하며, 수술은 무궁화와 마찬가지로 합쳐져 있는 형태이고, 꽃자루는 회백색으로 별모양의 털이 밀생해 있다. 열매는 10월경부터 익기 시작하는데, 정단에서부터 기부로 봉선을 따라 벌어지는 삭과로 그 안에는 콩팥모양의 작은 종자들이 들어 있다. 관목류이며 개화기간이 비교적 길고 개화시기가 여름이라는 개화특성 때문에 오래전부터 관상수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도심지의 공원수로 심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해안지역에 심는 경우가 많다.

황근은 우리나라의 제주지역과 일본의 큐슈, 오키나와, 보닌 등과 중국의 절강에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지역의 분포특성으로 볼 때 제주지역의 분포는 의미가 있는 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 해류에 의한 식물의 이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지역으로 현재의 자생지에 대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육지가 해안지역으로 한정되어 있고 제주지역에만 분포하고 있어 국가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혹독한 겨울과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한 여름 제주해안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황근은 제주해안을 지켜주는 보물과 같은 식물이다. 종 자체뿐만 아니라 자생지에 대한 보호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제주도의 해안지역은 황근처럼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식물들이 제주섬과 처음 접하는 지역으로 앞으로도 자연 그대로의 해안환경이 잘 보존되어 더 많은 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김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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