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11> 스베이틀라 ①

▲ 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금욕생활을 하던 라마단이 끝나는 다음날부터 3일 동안 라마단이 무사히 끝난 것을 감사하며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라는 마을 축제의 모습.

나는 2016년 6월의 마지막 주 라마단 기간에 튀니지 중서부 초원지대에 있는 동로마제국의 마지막 아프리카 수도 ‘스베이틀라(sbeitla)’를 여행했다. 사실 ‘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연재가 10회를 지나면서 독자들에게 뜻 깊은 곳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리고 제주매일 창간 17주년을 축하해 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특별한 곳을 찾던 중 튀니지를 여행하면서도 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스베이틀라를 소개하기로 했다. <편집자주>

▲라마단이 끝나고 찾아온 최대 명절
얼마 전 라마단이 끝나자마자 튀니지에는 바로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라는 명절이 있었다. ‘이드 알피트르’는 무슬림들이 한 달 동안 금욕생활을 하던 라마단이 끝나는 다음날부터 3일 동안 라마단이 무사히 끝난 것을 감사하며 축하하는 이슬람 최대의 명절이다. 이드 알피트르를 줄여서 이드(Eid)라고 부른다. 이드는 아랍어로 ‘축제’, 피트르(Fitr)는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 기간에 무슬림들은 새 옷을 입고,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서 이웃에게 대접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드 마부룩(Eid mabruk, 축하한다)”이라는 인사를 건넨다.

사실 나는 이 축제기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내가 사는 바르도아파트 앞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저녁 9시부터 동네가 떠나갈 듯한 노래의 향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 빨간 원으로 표시돼 있는 곳이 튀니지 중서부 초원에 있는 동로마제국의 마지막 아프리카의 수도 ‘스베이틀라(sbeitla)’. 현재 알제리 국경과 접해있는 카세린(Kasserine)주에 속하는 조그만 마을이다.

▲스베이틀라를 향해
어쨌든 지난 6월 라마다 기간에 나는 큰마음을 먹고 스베이틀라로 향했다.

스베이틀라는 서기 670년경에는 아프라 지역(아프리카의 옛 지명)에 있는 거대한 로마의 도시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카세린(Kasserine) 주에 속하는 조그만 마을이 됐다. 알제리 국경과 접해있다.

혼자 여행하기엔 너무 먼 곳이어서 마음속으로 걱정을 하던 중에 마침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이 스베이틀라에서 가까운 카이로완에 와있다고 해서 스베이틀라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신트리 버스를 타고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이 거주지에서 멀리 떠날 때에는 안전문제로 튀니지 KOICA사무소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마치고 나서 그곳에 가는 교통편을 조사해보니 르와지는 ‘몽쉐프베이’에 있는 르와지 터미널에서 타야하고, 버스는 ‘뱁 알리와’에 있는 신트라 버스터미널에서 타면 된다고 한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스베이틀라까지는 르와지로 4시간, 버스로는 4시간30분이 걸린다. 튀니지에 2년여를 살면서 이렇게 먼 곳에는 가본 적이 없다. 르와지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을 하다가 안전을 고려해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르와지는 스베이틀라까지 직행하기 때문에 버스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도착하지만 정원 8명이 다 타야 출발한다. 그래서 출발 시간을 알 수 없다. 또, 차가 소형인데도 과속을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에어컨이 없는 점도 불편하다. 

반면 신트리 버스(sntri bus)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영버스회사이기 때문에 인터넷
(http://www.sntri.com.tn/html/index.php/fr/)에서 사전에 출발 시간을 알 수 있다. 정원도 60명인데다가 에어컨이 펑펑 나오며 안전도 하고, 여러 마을을 거치면서 가기 때문에 튀니지의 마을들을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일주버스와 비슷하다.

▲ 스베이틀라 르와지 터미널.

▲행선지 표시 없는 버스
첫차를 놓칠까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이른 아침 5시에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에 낮선 동양인이 택시를 타니 택시기사가 깜짝 놀란다. 택시기사에게 “부랍비 히즈니 움하따 르와지 일 밥 알리우와(미안하지만 밥알리우와에 있는 르와지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세요).” 라고 말하고 나서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30분이다. 바로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출발시간을 확인해 보니 한 시간 늦은 7시30분이었다. 매표원이 나에게 표를 잘못 준 줄 알고 6시30분 첫차를 달라고 했더니 이게 첫차란다. 분명히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왔다고 했더니 인터넷이 잘못 안내 된 것이라 한다.

스베이틀라에서 11시에 단원을 만나기로 했는데 1시간이 늦어지는 된 것이다. 급히 만나기로 한 단원에게 연락을 했더니 몽쉐프베이에서 르와지를 타고 오라고 한다. 나는 그냥 이 곳에서 1시간을 더 기다려서 타기로 했다.

느긋하게 터미널 안을 서성이며 오가는 버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버스마다 행선지가 안 붙여져 있는 것이다. 급히 영어를 할 줄 알 것 같은 젊은 남녀 일행에게 도움을 요청해 스베이틀라행 버스를 찾았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한참을 기다리니 스베이틀라 행 버스가 왔나보다. 그 소녀가 나에게 빨리 타라면서 손짓을 한다. 버스 탑승은 무질서 그 자체다. 나도 무질서 속에 끼어서 타야만 했다. 정원이 넘쳐서 타지 못하면 다음 버스 시간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서 버스기사에게 몇 번이나 스베이틀라에 도착하면 내려 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선 그 소녀와 나란히 앉았다.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서 마침 나에게 있던 한국을 소개하는 아랍어로 된 책과 튀니지와 한국 국기가 교차되어 있는 배지를 선물로 주었다. 아주 좋아한다. 가는 길목의 하늘은 지중해 바다를 보듯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파랗다.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올리브 숲이 참으로 싱그럽다.

▲동료와 만남
4시간이 지나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운전기사가 버스를 세우더니 나에게 수비틀라에 도착 했다면서 내리라고 한다. 스베이틀라는 프랑스식발음이고 이곳 사람들은 ‘수비틀라’라고 한다. 급히 짐을 챙기고 내리면서 버스기사에게 여기가 스베이틀라가 맞느냐고 재차 확인을 했더니 손짓으로 저기가 스베이틀라 로마 유적지라고 말해준다. 일단 내리서 주위를 둘러보니 사막한 한 가운데 홀로 내린 느낌이다. 긴장 한 탓에 생리 현상도 잊어 버렸다. 만나기로 한 동료에게 전화를 해보니 벌써 도착해서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버스정류장까지 단원을 만나러 가는 게 문제다. 급한 김에 근처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에 들어갔다. 허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주인이다. 버스정류장에 가려고 하는데 어느 방향이냐고 물어봤더니 마침 물건을 배달하러 온 기사에게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태워 주라고 부탁한다. 트럭을 타면서도 좀 불안했지만 지금은 믿고 탈 수 밖에 없다. 그 기사에게 동료가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버스기사가 나를 유적지 앞에서 내려주는 바람에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버스터미널에서 동료를 태우고 다시 원래 트럭을 탔던 장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 곳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스베이틀라 관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든든한 동료 단원도 옆에 있다. 주변으로 고개를 돌리니, 스베이틀라 로마유적지와 그 맞은편으로 스베이틀라 박물관이 보였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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