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상에서 가장 개방적으로 옷을 입는 이슬람의 나라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생활한지도 23개월이 다 된다. 여기서 생활하면서 나는 가끔 북아프리카에 대해 혼돈에 빠지곤 한다. 파견 전, 나는 이 곳을 흑인들이 사는 나라로 알았다. 튀니지는 내가 세계사에서 배웠던 그런 아프리카가 아니었다. 의상부터 그러했다.    <편집자주>

▲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여성들의 전통 의상
▲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여성들의 전통 의상

▲축구선수 지단은 ‘베르베르인’(튀니지의 원주민)

이곳에 와서 보니 튀니지는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여러 민족의 문화가 간직돼 있는 나라였다.

튀니지의 고유 민족은 원래 ‘베르베르인’이다. 베르베르인들은 흑인이 아니다. 베르베르인들은 나일 계곡 서쪽 북아프리카의 토착 민족으로 베르베르어를 쓰며, 지금은 대부분 모로코와 알제리에 살고 있다. 「고백론」 「행복론」을 저술한 ‘성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354~430)와,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이 모두 알제리에서 태어난 베르베르인이다.

베르베르인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본다면,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에 살던 페니키아인들과 홀연히 나타나 왕국을 세운 카르타고인, 이후 이곳을 지배한 고대 로마인, 그리스인, 반달왕국의 게르만인, 비잔틴제국(동로마)인, 7세기부터 들어 온 무슬림 아랍인, 에스파냐인, 이탈리아인, 오스만 터키인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모두 침략자들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침략자가 아니라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 히잡을 착용한 튀니지의 여성들
▲ 히잡을 파는 가게. 튀니지에서 히잡은 하나의 패션이다.
▲ 튀니지의 한 매장에서 파는 전통 신발
▲ 튀니지 중년 여성들이 즐겨 입는 여름용 전통 의복

▲의복 규제가 없는 튀니지

지금의 튀니지 아랍계는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들어 온 아랍인들이 이곳에서 이러한 격변기의 세월을 겪으면서 정착하며 이어진 후손들이다. 옛날 북아프리카를 침략한 민족들은 지중해의 해상무역을 독점하기 위해 지금의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에 인접한 지중해 해안을 대부분 지배했다. 나머지 영토인 산악지역과 사하라는 베르베르인들이 독립 왕국을 세우고 멸망과 건국을 반복하며 지금도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지키고 있다.

▲ 튀니지 사람들의 복장
▲ 튀니지 남성들과 어린이들의 복장, 히잡을 쓴 여성 뒷모습도 보인다.

튀니지는 국민의 98%가 아랍계이고 이슬람교를 믿는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튀니지 국민 모두가 아랍 복장을 하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의 대부분은 법률로서 여성들로 하여금 공공장소에서는 손과 얼굴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튀니지에서는 복장을 규제하지 않는다. 아울러 남성들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랍풍의 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의상으로 △부르카(burka) △니캅(niqab) △차도르(chador) △아바야 △히잡(hijab) 등이 있다.

부르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모든 신체를 망토로 가리며 눈은 앞이 보이도록 그물망사로 되어 있는 의상인데 튀니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니캅은 부르카에서 눈의 그물망사가 없는 의복이다. 차도르는 얼굴을 가리지는 않고 머리에서 발까지 온몸을 덮어쓰는 망토형 통옷인데 주로 이란의 여성들은 외출할 때 반드시 입어야 한다.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한 온몸을 가리는 넉넉한 옷인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외출할 때 반드시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번은 길에서 우연히 부르카와 니캅을 입은 여성이 보이기에 튀니지 친구에게 부르카와 니캅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았다고 했더니 튀니지 여성들은 부르카나 니캅은 입지 않는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 '향수의 고장' 튀니지의 한 향수가게

▲전통의상 히잡도 패션이 된 나라

튀니지 여성들이 착용하는 전통의상은 히잡이다. 히잡은 머리에 써서 가슴까지 가리는 천인데 얼굴은 보이게 한다. 우리가 머리에 사용하는 스카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튀니지 에서는 모든 여성들이 다 착용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대부분의 아랍 국가에서 히잡은 의무다. 그런데 튀니지는 1981년부터 정부 기관 건물이나 대학, 공립학교에서 히잡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종교적인 의상을 입지 못하도록 금지를 했었다. 그러다 재스민 혁명 이후 2011년부터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다만 지금도 초등학교에서는 히잡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튀니지에서의 히잡은 종교적이 아니라 일종의 패션이다.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들은 다양한 색상으로 멋을 부리고 다닌다.

메디나(구도심)에 가면 화려한 여성 전통 의상들이 판매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전통 복장들은 1574부터 1705년까지 이곳을 지배한 오스만 터키의 유산이다. 이 의상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지금도 튀니지 여성들은 집에서 또는 외출복으로 즐겨 입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외국관광객들이 많이 구입한다.

튀니지 남성들의 복장도 자유롭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상상하는 아랍 특유의 거창한 모자는 일체 쓰지 않는다.

다만 가끔 나이 많은 분들 중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향을 받아서 챙이 없는 원통형 페즈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이곳은 여름철 태양이 너무 강해서 머리 숱이 적은 남성들이 너무 많다. 이 페즈 모자는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모자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아랍국가

지금 튀니스의 중심가는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의 패션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모습이다. 옷가게마다 튀니지 인들이 즐겨 입는 전통 의복을 개량한 아름다운 패션과 지중해 건너 인접해 있는 스페인, 프랑스, 아탈리아의 패션들이 이곳에서 바로 유행이 되어 판매가 된다. 거리에는 온통 유럽적인 멋쟁이들뿐이다.

우리가 튀니지 파견을 위해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튀니지에서는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남성들은 짧은 바지, 여성단원들은 민소매 티, 짧은 바지나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니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튀니지에 와서 보니 웬걸 겨울에는 레깅스를 즐겨 입으며, 여름에는 가슴골이 다 보이는 민소매 티에 짧은 치마나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대중교통에서 내 앞에 앉아있는 여성의 가슴골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돌리느라 애를 먹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튀니지는 아랍국가 중 여성의 권리가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하비브 부르기바 초대 대통령이 법으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히잡 착용 의무화도 없앴다. 정교가 분리되고 여성이 권리가 신장되면서 여성들의 복장도 자유스러워 진 것이다.

얼마 전 ‘튀니지에서는 튀니지 여성과 외국인은 같은 차에 동승할 수 없다’는 한국의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얼마나 무지에서 나온 기사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는 청춘 남녀가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며 길에서 포옹을 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다정히 잡고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의복사진을 보면서 우리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튀니지 여성들은 개방된 옷을 입으면서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장신구 착용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젊은 여성들은 손가락에 여러 개의 반지를 끼고 다닌다. 향수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아랍상인들을 통해 고대 로마로 전파되어서 그런지 튀니지인들은 향수를 사용하는 걸 즐긴다. 세계의 유명 브랜드 향수회사에 납품하는 향수 원액이 튀니지에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유명 브랜드의 향수는 튀니지에서도 매우 비싸다. 그래서 유명제품에 납품하는 향수 원액을 증류수에 희석시켜서 저렴하게 파는 곳이 고급 옷을 파는 상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히잡을 착용하면서도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남자들은 공식석상에서 반드시 넥타이를 착용하고 정장차림을 하는 나라. 이슬람 국가이지만 술을 쉽게 살 수 있고 돼지고기도 살 수 있는 나라. 이제 우리는 이슬람 국가 튀니지에 대해 다시 알아야 한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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