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놀이에 주목한 사람들 <3>서울특별시
행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 큰 틀서 ‘놀이’ 주목
구청·학부모 손잡고 공동보육 확대, 놀이공간 새롭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교육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마을 공동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근거리에 모여 사는 아이들은 인접한 놀이공간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으며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4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어린이 놀이헌장’을 발표할 무렵, 아이들의 문제를 시민들의 삶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자체가 있었다. 바로 서울시다. 서울시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라는 큰 틀에서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애정을 쏟고 있다. <편집자주>

▲ 서울시의 창의적 놀이터만들기 사업을 알리는 포스터

▲박원순 시장(市長)의 생각

역대 서울시장 선거를 통틀어 최다 득표 차로 2014년 재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사에서 ‘사람특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를 마을 곳곳이 학교인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학생들이 교실에 있을 때는 학생 신분으로 교육감 관할이지만, 학교 밖을 나서면 청소년이란 이름으로 서울시장 관할이 된다”며 “아이들 문제는 교육계와 일반 행정이 함께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저서 ‘마을이 학교다’에서도 ‘학교는 섬처럼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향해 문을 열고 함께 가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이러한 철학은 현재 서울시정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당신의 서울을 위한 200가지 정책 제언’을 보면 ‘어린이 놀이’와 관련해 △창의놀이터, 꿈틀 △서울형 교육혁신지구 △유아숲체험장 △교육혁신 공동선언 △우리동네 보육반장 △국공립어린이집 +1000 등의 정책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창의놀이터, 꿈틀’ 사업 등을 통해 기존의 ‘뻔한’ 놀이공간을 새롭게 바꿔가고 있다.

▲'사는 힘'을 기르자…서울시 1호 모험놀이터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공간을 선물해줄까’

서울시는 고민했다. 그리고 두 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기존의 허술한 놀이터를 재미있고 개성 있는 시설로 대체하거나, 아이들이 진짜 놀이를 스스로 고안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전자는 ‘창의놀이터, 꿈틀’사업으로, 후자는 ‘모험놀이터 조성사업’으로 이미 시작됐다.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시도하는 '모험놀이터'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드는 놀이터다.

불을 사용하거나, 땅에 구멍을 파거나, 나무에 오르거나 판자와 재활용품으로 나무집을 짓기도 한다. 아이들은 낙엽과 진흙 같은 자연 소재를 이용해 ‘해보고 싶은’ 놀이를 실현한다. 이곳에는 시설대신 자연적인 놀이 재료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놀이가 벌어진다.

때문에 모험놀이터에서는 일반 놀이터에서보다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가 더 잦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더 즐겁게 놀 수 있고 이 모든 과정에서 여러 상황에 노출됨으로써 총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사는 힘’이 세어진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아이들은 언제나 안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한 가지의 생각을 더 얹었다. ‘작은 안전만 도모하기보다,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서울시는 도봉구와 손잡고 초안산 일대에 모험놀이터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준공을 내다본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서울시 최윤종 공원녹지정책과장은 최근 본 지와의 통화에서 “공원관리의 한 방안으로서 아이들의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다 어린이들이 방해받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은 모험놀이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지난 5월 이후 구청과 초등학교 등지에서 주민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모험놀이터 설명회를 열고,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지난달에는 아이디어를 직접 미니 모형으로 제작하며 공유했고, 8월 10일에는 주민·학부모들과 예정 부지에서 만나 직접 설계도면을 보며 어떤 놀이터가 만들어질 것인지 미리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울시는 3억원의 예산으로 나무집(트리하우스)과 넓은 미끄럼대 정도만 시설할 계획이다. 초안산 일대의 흙바닥과 풀밭, 경사로를 그대로 활용한다.

서울시와 도봉구 관계자들은 더 좋은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기적의 놀이터가 있는 순천시와 일본의 모험놀이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도봉구 관계자는 “모험놀이터는 기존의 놀이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 서울 도봉구 창2동어린이공원. 이곳도 서울시의 창의놀이터 '꿈틀'을 통해 새롭게 변신했다. 문정임 기자

▲창의놀이터 꿈틀

‘모험놀이터’가 놀이와 안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엎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시도라면, ‘창의놀이터’는 원래 있던 놀이터에 개성을 입혔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공원 내 노후한 놀이터에 안전을 더하고 테마를 입혀 창의, 모험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창의적 어린이 놀이터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0억 원을 투입해 29곳을 조성했고, 올해는 20곳에 대한 재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 구로구의 ‘삼각 어린이 교통 공원’은 민간인 (주)토박스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지난 6월 완공됐다.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대신, 자동차 모양의 조합놀이대가 자리했다. 아이들이 학원 차량을 타고 내릴 때 안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노란 차 모형이 있고, 공원 안에 간이 건널목, 차도, 신호등이 있어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교육장소로도 유용하다.

더불어 기자가 지난 7월 방문한 서울시 도봉구 창2동마을공원도 창의놀이터 사업을 통해 새 옷을 입은 곳이다.

▲행정이 대신 건넨 어른들의 약속

그런데 서울시는 놀이터 시설만 재조성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형 뉴딜일자리사업으로 ‘놀이터 활동가’ 55명을 첫 선발해 놀이터가 없는 동네로 급파했다. 이들은 5~11월 매일 오후 3~6시면 골목길과 주택가 공터, 놀이기구가 철거된 빈 놀이터를 찾아 아이들의 야외놀이를 지원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의 놀이터를 어떻게 조성하고 유지 관리하겠다는 ‘어린이놀이터 함께 만들기 약속’을 내놨다.

여기에는 △모험과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겠다 △환경 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하겠다 △모든 어린들이 차별 없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 △동네에서 가장 좋은 곳에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어른들의 약속을 행정이 먼저 건넨 셈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공원에서 할 수 있는 놀이’ 등의 책자를 발간해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하고,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의 놀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시키고 있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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