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놀이에 주목한 사람들 <4>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

놀자고 외치는 어른들, 제주에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놀이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놀아본 사람들이다. 어릴 때 골목에서, 흙에서 뒹굴며 놀아왔다. 그들은 다 컸다. 아니, 컸다기보다는 놀이를 배우며 어른이 됐다. 그런데 놀면서 어른이 된 그들은 자신의 자식 세대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이에 뛰어들게 됐다.

▲ 놀이하는 사람들 제주지부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옥 햇살지회 회원, 현향미 전 지부장, 김현순 제주지부장, 김종훈 교육부장.

▲ 놀아본 어른들의 놀이사랑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지부장 김현순)은 교사들의 놀이회 모임인 ‘놂’이 시발점이 됐다. 1992년부터 시작된 놀기는 차츰 확산되며 놀이의 중요성을 전파해갔다. 2003년과 2004년엔 교사와 학부모 연수가 대대적으로 진행됐고, 학부모들이 함께하는 모임을 만들 필요성은 더욱 강해졌다.

2007년 드디어 놀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졌다. 제주에도 놀이하는 사람들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듬해인 2008년 제주지부가 정식 탄생한다.

제주지부는 25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80명가량 된다. 제주지부는 현재 2개 지회를 두고 있다. 저녁에 모임을 갖는 ‘곱을락지회’와 낮에 시간이 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햇살지회’ 등이다.

시작은 교사들이었지만 본격적인 움직임을 이끈 이들은 엄마들이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학교에서, 사회단체에서 강사나 활동가 등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다들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놀이가 필요하다며 모인 이들이다.

2개 지회는 각각 매월 2차례 모임을 갖는다. 전체모임은 매월 한 번 이뤄진다. 그러니까 매월 3차례는 모인다는 말이다. 그것도 순전히 제대로 놀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놀이하는 사람들이 매월 3차례만 노는 건 아니다. 가족캠프도 하고, 아빠캠프도 연다. 혹은 애들끼리, 회원들끼리의 캠프도 있다. 이것 역시 잘 놀기 위해서 열리는 캠프들이다.

▲ 인스턴트 놀이는 가라

“잃어버린 놀이가 많아요. 예전엔 골목에서 형이나 오빠들과 놀이를 했는데 언젠가부터 단절이 됐죠. (놀이하는 사람들을 시작할 때)공부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놀이이름과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거든요. 그걸 정리 했죠.”

▲ 놀이하는 사람들 회원과 가족들이 모래사장에서 펼치고 있는 삼팔선 놀이. ⓒ놀이하는 사람들 제주지부.

놀이하는 사람들 제주지부 김현순 지부장은 단절된 놀이를 회복시키는 게 그들의 첫 임무였음을 떠올렸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놀이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뱉어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시간만 주면 제대로 놀 수 있을까. 햇살지부 활동가인 김기옥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애들에게 시간만 주면 잘 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간을 주니 ‘뭐하고 놀지?’ 그러는 겁니다. 놀이라는 건 협의하고, 몸끼리 부대끼고, 눈치도 보고 그러잖아요. 지금 애들은 오로지 자기만 알아요. 놀이는 그런 게 아니죠.”

따끔한 지적이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는 기기와 자신, 둘만의 만남이다. PC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며 뒹구는 것이 그렇다. 1회성이면서 소모성 놀이인 셈이다. 놀이하는 사람들은 그런 현상을 ‘인스턴트’라고 생각한다.

▲ 놀이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매년 같은 날 놀이마당을 펼친다. 사진은 지난해 신산공원에서 펼쳐진 제2회 놀이의 날 행사. ⓒ놀이하는 사람들 제주지부.

제주지부 초대 지부장을 지낸 현향미씨는 꼬맹이 아이들을 데리고 지부활동에 참여해왔다. 그 아이들은 훌쩍 커서 대학생이 됐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잘 노는 학생이란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잘 놀았기에 그것도 가능했다. 현향미 전 지부장은 놀이를 세상에 다 퍼지게 만드는 꿈을 지니고 있다.

“놀이는 ‘잘 하는 능력’이 없어도 되죠. 놀이를 하려면 그저 ‘다양한 사람’이 필요해요. 예컨대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정작 재밌게 즐기는 애들은 몇 되질 않죠. 역할이 없는 경우가 많고요. 하지만 놀이는 다릅니다. 힘이 없거나, 능력이 없어도 모두 다 잘 할 수 있는 게 놀이에요. 이런 놀이를 퍼지게 해야겠죠.”

▲ 놀이 방해요소 지천에 깔려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은 강사를 양성한다. 강사모임도 따로 있다. 현재 강사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80명 회원 가운데 17명이다. 강사모임은 심화학습과 토론 등을 갖는다. 활동가 양성과정을 거친 이들 가운데 다른 이들보다 시간이 되는 이들이 강사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활동가 양성과정은 2015년부터 시작됐고, 자격 과정을 밟은 강사들은 40명을 넘는다. 회원 절반이 놀이를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투입되고 있다.

놀이하는 사람들은 놀이를 만들고, 놀이를 할 장소도 추적한다. 놀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실내? 잔디밭? 아니다. 가장 좋은 놀이장소는 바로 흙이다. 그런데 흙을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오죽했으면 회원들은 ‘흙 찾기 놀이’를 할 정도다. 그들의 ‘단톡방’에서 “흙을 찾았다”고 하면 난리가 난다. 놀 장소가 없는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으뜸은 시간제약이다.

아이들의 현실은 무한경쟁과 서열이 지배하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야하고 집에와서 씻고 숙제하면 잘 시간이다. 교과목은 물론, 예체능 하나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녀야 할 학원이 많다. 놀이가 좋은 것은 다들 알지만 사회가 구조가 이를 기다려 줄만큼 느긋하지 않다는 것이다.

▲ 놀이를 통한 공익사업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은 ‘생활 속에 되살아난 우리 놀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놀이하는 사람들은 끊긴 놀이를 찾아내고, 세대 단절을 겪은 놀이의 맥을 잇고 있다.

놀이를 되살리기 위한 각종 공익활동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놀이 보따리, 웃음보따리’라는 사업과 ‘두근두근 놀이마당’이라는 사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놀이 보따리, 웃음보따리’는 소외된 곳에 놀이를 전하는 사업이고, ‘두근두근 놀이마당’은 골목을 직접 찾아가며 동네에 애들의 웃음을 선사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골목에서 놀이마당을 진행하다가 어른들이 시끄럽다며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단다.

김종훈 교육부장의 말을 들어보자.

“총체적 난국입니다. 어떻게 노는 지도 모르고요, 함께 놀 애들도 없죠. 골목에서 놀면 어른들은 시끄럽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공부의 반대말이 놀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도 놀이를 찾아오는 이들은 있어요. 수학여행을 오면서도 저희를 찾기도 합니다. 고교생들이 말이죠.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우리는 일단 놀이가 필요하다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어요!”

<제주매일 문정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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