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20> 우티나(2)

경기장과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주피터 신전 테라스
신전 앞에는 아랍 식 건물과 사원…여러 종교 공존 흔적
2차 대전 롬멜의 전차군단과 영·미 연합군의 격전지이기도

▲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관중석은 자연적 구릉지를 이용하 돌을 정교하게 깎아서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제14대 하드리아누스 황제(재위117년~138년) 시대에 건설된 것이다.
▲ 원형경기장 지하에 있는 각 방으로 가는 통로. 미로처럼 서로 연결어 있다.

▲검투사의 방
경기장 지하로 내려 가보니 방들이 가득하다. 검투사들이 대기했던 중앙 홀을 중심으로 검투사들이 생활했던 방, 맹수들을 가두었던 방들이 미로처럼 서로 연결어 있다. 사진에서처럼 경기장은 바닥이 길게 깊게 파져 있는데 그 통로를 통해 맹수가 올라가고 검투사들이 올라갔다고 한다.

경기장 바닥 아래의 지하층은 무대로 올라가는 통로를 통해서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넓은 지하 통로를 혼자서 돌아다니기에는 좀 음침하고 겁이 났다.

원형경기장은 보통 그 지역 인구대비 10분의 1이 관중석으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이 경기장은 1만5000명이 수용하는 관중석이기 때문에 이 도시에는 15만명이 거주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 원형 경기장은 모두 10개가 있다고 한다. 로마의 콜로세움이 제1로 꼽히고 앞서 소개한 튀니지 ‘엘 젬’이 제2, 우티나가 마지막인 10번째 원형경기장이라고 한다. 튀니지에만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된 원형경기장이 5개나 된다고 하니 튀니지가 제2의 로마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이 나라에 있는 고대 유적은 대부분 로마유적들이다.

사실, 로마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것은 검투 경기였다. 이곳에서 짐승 대 짐승, 짐승 대 인간, 인간 대 인간의 다양한 경기가 행해졌을 것이다.

▲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 기둥 잔해들이 보인다. 로마가 가장 중요하게 모셨던 주피터, 주노, 미네르바 신전이 있는 ‘카피 톨 리움(Capitolium)’이다
▲ 비탈길 양옆에도 돌기둥 잔해들이 세워져 있는 걸 보면 그 옛날에는 저 아래에서부터 이곳까지 포럼(그리이스의 아고라와 동일한 기능을 지니는 공공광장)으로 모두 이어 졌을 것이다.

▲ 콜로세움으로 들어 가는 로마 전통 건축 양식인 아치형 입구,

아직 남아있는 신전의 뼈대
원형경기장을 빠져나오니 저 멀리 하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은 기둥 잔해들이 보인다. 그곳까지 걸어서 가는데 20분. 올라가는 비탈길 양옆에도 돌기둥 잔해들이 세워져 있는 걸 보면 그 옛날에는 저 아래에서부터 이곳까지 포럼(그리스의 아고라와 동일한 기능을 지니는 공공광장)으로 모두 이어 졌을 것이다.

언덕을 숨이 가쁘게 올라가니 2층 높이의 석조계단 위에 하늘을 찌를 뜻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들이 하늘 높이 서있다. 이곳은 로마가 가장 중요하게 모셨던 주피터, 주노, 미네르바 신전이 있었던 ‘카피 톨 리움(Capitolium)’이라 한다.

주노와 미네르바 신전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지만 주피터 신전의 지붕을 받쳤던 기둥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대리석 기둥 둘레는 어른 두 명이 양팔을 벌려야 잡을 수 있을 만큼 굵다. 가만히 보니 이 기둥들은 원뿔형을 가운데서 잘라 뒤집어 놓은 형태에 아칸서스의 잎과 덩굴이 얽힌 모양을 조각한 코린트식 건축양식이다. 우리나라의 덕수궁 석조전이 코린트식 기둥이다.

2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가 보니 주피터 신전의 테라스다. 이 테라스에서는 멀리 원형경기장은 물론 도시 전체를 다 조망 할 수 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까지 수많은 유적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티나는 엄청 큰 로마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특이한 것은 신전 앞에는 아랍식 고유 건물들이 있으며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이슬람사원도 보인다. 여기서도 종교가 서로 공존해 있었던 것이다.

테라스에서 내려와 쥬피터 신전 지하로 내려가니 둥그런 홀이 나오는데 둥그런 홀이 ‘바실리카 건축 양식’이라 한다. 지하는 ‘바실리카 홀’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사방에 방들이 흩어져 있다. 오밀 조밀한 통로를 따라 가다보니 한층 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그런데 지하인데도 내부를 환히 볼 수 있다. 1층 지하에도 바로 밖으로 나가는 입구도 있다. 가만히 보니 신전 앞쪽과 뒤쪽의 지형 높이가 서로 다르다. 지형을 이용해서 지은 신전이었다. 지하 2층이 언덕 아래에서는 지상 1층인 것이다. 지하 2층 입구에는 박물관이 있다.

▲ 로마의 신전 ‘카피 톨 리움(Capitolium)’이다. 지금 남아 있는 기둥들은 주피터 신전의 지붕을 받쳤던 기둥들이라 한다.
▲ 주피터 신전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도시 모습들. 저 멀리 원형경기장은 물론 수많은 유적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티나는 엄청 큰 로마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여기도 한류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서 통로로 나오니 어느새 언덕 아래로 내려와 있다. 대단한 건축기술이다. 요즘은 지형을 이용해서 건축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작은 언덕은 깎아서 평지로 만든 후에 건물을 짓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언덕을 내려오니 지붕만 없고 벽면은 부서지지 않은 유적이 보인다. 그 건물 유적도 한 면은 언덕을 이용해서 지어져 있다. 건물 실내는 엄청 넓은데 어떤 용도로 쓰여 졌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모양으로 봐서는 성당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유적도 언덕 한 면을 의지해서 건축됐기 때문에 몇 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허물어 지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물을 공급했던 수도교와 물을 저장했던 저수조가 있다.

멀리 보니 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다. 그곳에도 유적이 있는 줄 알고 10여분을 걸어 올라가니 커다란 동굴이 두개가 있고 그 안에서 20여명이 사람들이 불을 지피면서 양고기 파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반기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했더니 대뜸 여자아이들이 “해를 품은 달”, “아이가 다섯”하면서 “말하베”, “말하베(환영한다)”라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올해 방영된 ‘아이가 다섯’은 나도 모르는 주말 드라마인데 요즘 KBS WORLD에서 방영된다면서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튀니지에서 부는 한류바람에 대해서는 체험을 중심으로 나중에 다시 연재할 예정이다.

▲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주피터 신전의 모습

▲2차대전땐 전쟁터로
가만히 보니 이 동굴은 굴이 아니라 얼마 오래지 않은 군사시설 같았다. 안에서는 2개의 동굴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자연 동굴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다. 벙커를 만들고 구조물 위에 흙을 덮어버려서 동굴처럼 보인 것이다. 이 분들이 이야기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 군이 주둔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 우티나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독일군 비행장이 있었으며 롬멜의 전차군단과 미국, 영국 연합군의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튀니지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굴곡의 역사의 한이 서린 나라인 것 같다.

그 곳을 지나 매표소 방향으로 다시 내려오는데 집터가 나왔다. 2~3세기에 귀족들이 살았던 호화스런 집터라고 한다. 여기에는 비잔틴 시대 이전의 주택과 비잔틴 이후의 건물 양식들이 혼합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너무 놀라운 것은 그 당시 생활상을 연구할 수 있는 모자이크가 그대로 비바람에 노출되어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 만큼 튀니지에는 고대 유적들이 많다는 뜻인지 아니면 보존할 여력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2~3세기 유적들이 그대로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의회 상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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