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격’ 경주 현장 방문 보도

“지진 발생 8일후 처음” 강조

늦은 방문에 ‘전격’ 표현은 왜곡

안전처는 상황 종료 뒤 안내문자

기상청은 본진 위치도 틀려

국가시스템 엉망 국민들은 우울

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했다. 지난 20일 경주지진 피해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보도 때문이다. 방송과 온라인매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진 피해가발생한 경북 경주지역과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전격 방문했다”고 보도한 것이다.이어 “최초 지진이 발생한 지 8일만에”라며 “지진 발생 후 박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무슨 해괴한 기사인가. 지난 12일오후 8시33분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규모 5.8로 기상청이 관측을 실시한 이래한반도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그런 지진이 발생한 당일도 아니고 8일이나 지나현장을 찾았는데 ‘전격’이라고 포장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창피하다.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누가 ‘전격’이라는 MSG를 추가했는지 모르지만 이건 아니다. 기자들일 수도 있지만 보도자료를 낸 청와대에 의혹이 쏠린다. 서로 다른 언론사 상당수의 기자들이 ‘전격 방문’이라고 스스럼없이 써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중앙지 논설위원 출신대변인이 즐겨했던 ‘마사지’와는 비교도 안된다. 마사지는 대통령의 워딩(wording)이나 상황에 대한 과장과 포장이었다면이것은 명백한 왜곡이고 ‘오보’다.

전격(電擊)은 ‘번개같이 급작스럽게 들이침’을 말한다. 번개가 빛의 초속 30만㎞보다 느리다곤 해도 초속 22만㎞라고 한다.그만큼 빠르고 기민한 대응을 표현한다.

그런데 8일 만의 방문을 ‘전격’이라고했다. 그리고 “사고 후 첫 방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진 직후 경주를 찾았다면 ‘전격’이 맞다. 아니면 지진 다음날 정도 찾았다가 20일 강력한 여진이 다시 발생하자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방문했다면 ‘전격’이라고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8일 만의 첫 방문에 ‘전격’은 정말 아니다.

대통령은 방문했어도 진짜 ‘전격’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90%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원전 밑으로는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양산단층 등 활성단층이 있어 지진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활성단층 위의원자력발전소,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방사성 물질이 수십개 유리병에 담겨 흔들리는 탁자 위에 위태롭게 놓인 격이다.

현장에 갔다고 뭐가 달라지나 청와대에서 보고를 받아도 되는데 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능히 그럴 수 있다.지난 세월호 사태에서도 사실상 골든타임이 지난 선박침몰 7시간만에야 현장에나타난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오바마 등 외국의 국가 원수들이 재해가 발생하면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현장으로 달려간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엄밀히 따지면 피해 복구에는 방해가 된다. 의전도 해야 하고 경호도 해야하는 만큼 복구에 필요한 시간이 허비되고 인력이 낭비된다. 그래도 간다. 그리고 국민들은 원한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있다”는 현장보고다. 국민들은 “국가가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래서 아까운 시간과 인력의 비효율적인 소비가 있더라고 서둘러 현장을찾는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느긋해서’ 그런지 국민안전처와 기상청도 느긋하다. 지난 19일경주 여진 당시 국민안전처의 안내문자가 15분 뒤에야 도착했다. 12일 지진 때안내문자가 8~9분 걸려 질타를 당한 뒤다음날 “2~3분에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더 늦어진 것이다.

지진경보의 골든타임은 10초라고 한다. 그런데 지진발생 후 10분 내외 안내문자, 사실상 상황 종료 후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 화재경보를 알리는것과 다를 바 없다.

기상청도 ‘도찐개찐’이다. 경주지진의진앙도 정확히 분석해내지 못했다. 지진발생 후 열흘이 지난 22일 ‘전격’ 정정했다. 본진의 지점은 당초 발표한 전진의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더 큰 여진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발생한 진앙의 위치도 제대로 찾지못하는 기상청의 미래에 대한 분석이다보니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러나 신뢰가가지 않는 국가 시스템, 2016년 국민들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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