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미술관 24일 개관…개관전 ‘존재의 흔적들’
김선희 관장 “다양한 주제로 미술관 알리는데 노력”

‘물방울 작가’ 김창열(88)이 그의 이름을 건 미술관 개관을 맞아 제주를 찾았다. 미수(米壽)의 나이가 되면서 걷는 것도 힘이 들고 듣는 귀도 꽤나 불편했지만, 자신의 작품들이 평생 안착하게 될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에 설레는 마음은 지친 것도 잊게 하는 듯 보였다.

6·25전쟁 당시 제주에 머물렀던 인연으로 시작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건립은 김 화백이 220여점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추진됐다. 이후 2014년부터 2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24일 문을 열게 됐다.

개관식 행사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화백은 “40여 년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이국생활을 하다 보니 유배 생활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정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주도가 받아줘 미술관이 지어지게 됐다. 고맙다”고 말했다.

또한 미술관을 제주에 짓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살던 프랑스의 자연 풍광이 제주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민들이 미술과 문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느꼈고, 제주라면 조용히 남은 생애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72년 이후부터는 ‘물방울’을 주 소재로 다룬 김 화백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물방울의 의미가 특별해 보이지만 김 화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물방울을 보면 ‘손자의 오줌 방울 같다’고 했던 만큼 그에게서 물방울의 존재와 의미는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존재가 아닐까하는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이튿날 개관을 기념해 열린 ‘김창열미술관의 운영방안과 대중화를 모색하는 심포지엄’에서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개인 미술관의 약점은 전시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기획전과 전시 내용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초대 관장인 김선희 관장은 “김창열미술관은 개인만의 미술관은 아니”라며 “기증작 외에도 다른 작가들의 일반 작품들을 연결시켜 작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미술관의 가치를 알리도록 노력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개관식 행사에는 저지리 문화예술인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영훈·위성곤·정병국 국회의원 및 국내외 미술인 등 500여명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25일부터는 김 화백의 시대별 대표작 25점을 중심으로 개관전 ‘존재의 흔적들’이 내년 1월 22일까지 이어지며, 개관을 기념해 개관일로부터 3개월 동안 무료로 미술관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064-710-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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