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시디 부 사이드’ ①

지명은 13세기 마을에 살던 이슬람 지도자의 이름
예술가에 의해 마을색이 하얀색과 푸른색으로 변모


‘시디 부 사이드’는 내가 튀니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언젠가 아내와 이 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하얀색 건물과 푸른색 창틀, 창틀보다 더 푸른 지중해의 아름다움에 나는 곧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아내가 귀국 한 후에는 외롭거나 우울할 때 혼자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편집자주>


▲절벽 위 작은 마을
시디 부 사이드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부터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지중해와 접해 있는 높은 절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누구나 한번 보게 되면 그 매력에 빠져들어 다시 찾지 않으면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을 전체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곳에서는 바다 속에 구름이 떠 있나 싶을 정도로 하늘과 바다를 분간하기 어렵다.

시디 부 사이드에 가기 위해서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중심가를 좀 벗어나 있는 몽겔라탑(시계탑) 근처의 마린역에서 교외선 열차를 타야 한다. 나는 시디 부 사이드로 여행 할 때마다 항상 1등석을 끊는데 그 이유는 1등석은 승무원이 수시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안전하기도 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디 부 사이드 역에 내리면 바로 맞은편에 이슬람사원이 있다. 이곳을 방문할  마다 매번 사진 촬영을 하고 있지만 그 사원의 유래가 너무 궁금해 이 날은 이슬람사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있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에게 사원 이름이 뭔지 물었다. 할아버지는 이 사원은 13세기에 이 마을에 거주하였던 유명한 이슬람 지도자인 아부 사이드를 기리기 위한 사원이라면서 그의 시신이 이 사원에 안치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지명 유래를 알려 준다. 시디는 성인, 부는 마을, 사이드는 그 이슬람 성인의 성을 따서 시디 부 사이드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 한다. 시디 부 사이드는 사이드성인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예술가들에 의해 달라진 마을
나는 시디 부 사이드를 여행할 때마다 그리스의 섬 산토리니를 연상하게 된다. 하얀색 건물들이 푸른 바다 빛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돌이 깔려있는 비탈길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늘어선 하얀 벽과 푸른색의 창은 파란 하늘과 바다와 만나 더 아름답다. 색이 갖는 신비로움 때문일까. 골목길에 들어서면 누구나 자신이 그림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 조그만 마을이 유럽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20년경 이곳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프랑스 화가 루돌프 데를랑게르에 의해 예술인의 마을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그의 노력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건물의 벽들은 순백의 하얀색이 됐고 창문은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졌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이곳을 ‘튀니지안 블루’라고 한다. 이곳의 색채가 전역으로 퍼지면서 튀니지의 모든 건물들이 이곳과 같이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얀색과 파란색이 튀니지를 상징하는 대표 색이 됐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화가의 거리처럼 시디 부 사이드는 스위스의 유명한 스위스 화가인 파울 쿨레(Paul Klee)를 비롯해 프랑스 풍자만화가 귀스타브 앙리 조소(Gustave-Henri Jossot) 등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좁은 문’이 탄생한 곳도 바로 여기다.

튀니지처럼 건축 유산을 잘 보존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나는 튀니지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시디 부 사이드의 거리처럼 옛날 시가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현대를 예술적으로 이은 곳은 보지 못 했다.

마을 안쪽으로 서서히 길을 따라 올라가니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도자기와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봤음직한 카페트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골목은 그 자체가 ‘수크(전통 재래시장)’였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주위 어디에선가 튀니지의 국화인 재스민 향기가 공기를 타고 내게 다가왔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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