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도주 모습 CCTV 포착…12시간 후 사태 파악 등 대응 허술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후 무단 입도 시도…항공사·당국 ‘책임 떠밀기’

▲ 30대인 중국인이 제주공항 계류장 담장을 넘어 밀입국 하면서 제주공항 보안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 사진은 장력 기계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담장.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중국인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공항 계류장 담장을 뛰어 넘어 빠져 나가는 사건이 발생하며 보안시스템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항공기에서 내린 중국인이 담을 넘어 도주 했는데도 무려 12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확한 사태파악이 이뤄지는 등 대응체계에도 허점을 보였다.

20일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밤 10시21분께 중국 하얼빈에서 춘추항공 9C8797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온 중국인 왕모(34)씨는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청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벗어나 몸을 숨겼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입항보고서에 기재된 승객(180명)에 비해 입국심사 승객 1명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밤 12시께 인지, 왕씨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왕씨는 이미 공항 계류장 담장을 뛰어 넘어 사라진 뒤라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19일 새벽 1시께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 1시간 뒤부터 CCTV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같은 날 오전 10시30분께에야 CCTV에 찍힌 왕씨의 모습을 찾아냈다.

CCTV에는 왕씨가 입국당일인 지난 18일 오후 10시47분께 서쪽 관제탑 인근 3m 높이의 담(시멘트 2m·철조망 1m)을 넘어 도주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구해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19일 오후 1시25분께 제주시 오라동 가정집에 숨어있던 왕씨를 검거했다.

왕씨는 과거 신화역사공원 공사장 등에서 일하며 제주에 불법체류 하다 강제 출국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왕씨의 도주 과정에서 제주공항 보안 및 대응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CCTV 확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인식한데다, 1차적인 책임은 항공사에 있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는 공항 주변에 설치된 경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제주공항 담장에는 장력 기계경비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 힘을 가하면 상황실에서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왕씨의 월담 당시 상황실에는 경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측은 높은 담을 혼자 올라가 뛰어 넘어가면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만 해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당시 경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반적인 공항시설을 점검해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시설 보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왕씨가 밀입국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알선책 1명도 함께 검거해 사건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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