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곤 한다. 그러나 때론 형식이 더 강조 될 때도 가끔 있다.

그렇듯 우리가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예를 갖추는 것은 의당 해야 할 일이고 기본이기에 몸이 그것을 습관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때론 가까운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불편한 일인가를 오늘 새삼스레 느꼈던 이야기를 소개 하고자 한다.

오늘 아침은 왠지 그 동안 잠자고 있던 내 감성이 아침부터 춤을 추는 듯 상쾌했다. 그날따라 매일 다니던 5.16도로 그 한라산 길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겨울옷을 벌써 소리 없이 준비하는 한라산의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가운데 깊어 가는 가을의 설레임 섞인 심장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나뭇잎은 단풍을 준비하고, 억새는 연붉은 머리카락을 금빛 은빛으로 염색해 몸을 흔들며 바람과 함께 합창하고, 숲터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린아기의 얼굴을 보는 듯 맑은 ‘예쁨’ 그 자체였다.

친한 지인들에게 이 가을의 멋진 풍경과 심장소리를 자랑 하고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그러나 이 아침 바쁜 시간에 무례라는 생각이 가로 막았다. 그러면서 이럴 땐 예의라는 것이 아주 거추장스러운 것이란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무례함을 무릅쓰고 불쑥 전화를 한 다해도 그것은 무례함의 과오 보다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므로 무죄라는 생각도 순간 들기도 했지만 참고 말았다. 이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도 생각하게끔 하니 역시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했나보다’라고 짜맞추기식 혼잣말을 해보기도 했다.

멋진 이 가을은 잠자고 있는 사람의 감성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논리의 비약도 있긴 하지만 예의라는 것은 때론 거추장 스러울때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일일 스승이 되어준 기분이다.

적절치 않은 비유이긴 하지만, 빈속에 소주 마셔 본 사람은 알겠지만 빈속에 소주 한잔을 마실 때 그 맛, 그 맛처럼 참으로 가슴 찌릿한 가을로 가득찬 기분 벅찬 아침이다. 많은 분들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이 가을에 함께 취해 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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