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이 경관계획은 물론 경관가이드라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문대할망 상징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공원인 만큼 ‘모범’이 돼야 하는 데 ‘편법’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비난을 사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관리사무소는 돌문화공원 내에 조성 중인 설문대전시관 신축부지 인근에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상징하는 탑을 설치할 계획이다. 상징탑은 ‘오백장군의 의미를 담았다’는 이유로 높이가 50m에 달한다. 일반 아파트 15~20층 정도의 높이일 뿐만 아니라 자유의 여신상(46m·밑받침 제외) 보다도 높다.

탑의 높이가 너무 높다는 데 선뜻 공감할 수도 없지만 더욱 문제는 바로 인접한 바농오름 등과 연계된 경관가이드라인에 걸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상징탑 건설계획은 지난 7월 열린 경관위원회 심의를 비롯해 8월과 9월에 잇따라 열린 심의에서 재검토 의결로 통과하지 못했다.

설문대할망 상징탑 설치공사가 처음 상정된 7월 경관위원회에선 주변 환경 및 전시관·박물관 등 건축물과의 관계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한달 뒤 심의에선 경관관리계획 재정비와 경관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오름과의 관계 및 형태, 경관시뮬레이션 등에 대한 재검토 의견이 나왔다.

상징탑 설치 계획이 세 번씩이나 경관위원회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지적 사항들을 수용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높이 50m’를 밀어붙인다는 인상이다. 돌문화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도 “상징탑의 높이가 높긴 하지만 ‘5’라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에 50m 높이로 조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왜 50m에 연연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행정 행태임을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상징물의 높이 등 크기(하드웨어)가 아니라 상징물을 구성하는 작품성(소프트 웨어)이다.

더욱이 오백장군은 ‘전설 속’ 사람의 숫자인데 높이로 형상화하려는 의도에 동의할 수가 없다. 적당한 높이의 상징탑에 500개의 의미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여겨진다.

설령 ‘500’의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반드시 높이가 50m일 필요가 없다. 굳이 상징물 높이에 ‘500’이라는 숫자를 넣고 싶으면 500m가 안될 바에는 500㎝가 더 의미가 깊을 수도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행정이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조형물의 높이를 키울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조그만 상징성에 집착, ‘잡음’을 내며 상징탑을 만들어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게 누가 되는 우를 범해선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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