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만 마라도 12배에 달하는
제주지역 사상 최대 개발사업
도가 나서 노골적 사업자 편들기

도시계획 근간 뒤흔드는 등
자칫 ‘재앙’ 몰고 올 수도…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제주사회의 서글픈 현실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달 21일이었다. 성당에서 기도하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고(故) 김성현 루시아 장례미사’의 강론을 통해서다.

“제주도는 그동안 ‘개발의 열병(熱病)’에 걸려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까지 상처 투성이고,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강 주교는 김성현씨의 죽음을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우리들의 무분별한 탐욕(貪慾) 탓으로 돌렸다. ‘이 시대의 과욕과 죄악’ 때문에 빚어진 결과란 지적이었다.

따라서 “이제 환락의 탐닉과 질주를 멈추고, 인간의 품격과 존엄에 어울리는 절제 있는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충고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고언(苦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개발 본능’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를 연상케 할 정도다. 도민들의 반대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보이는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라관광단지는 제주시 오라2동 해발 350~580m 중산간 일원에 자리잡게 된다. 규모만 하더라도 마라도(馬羅島) 면적의 12배에 달한다. 사업비 6조2800억 여원으로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제주 사상 최대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이다.

향후 오라단지 운영 시 활동인구는 노형동 인구보다 많은 하루 6만여명. 거대한 위성도시 하나가 탄생되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선 관리 및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완벽한 ‘중국인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사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완충지대인 중산간의 훼손은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교통을 비롯해 지하수와 상수도, 쓰레기와 지역상권 문제 등 제주시 도시계획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자칫 제주도민에게 재앙(災殃)과 같은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강경식 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은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지하수 관정 9개공 양도양수 인정, 개발고도 완화(12m→15m), 사업자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편법 심의 등 노골적인 사업자 밀어주기와 미심쩍은 특혜(特惠) 행정행위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사업자 뒤에는 이름만 거론하면 알 만한 사람들이 월급을 받으며 관피아 노릇을 하고 있다”는 개탄과 함께 “원희룡 지사 또한 사업에 깊이 관여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원 지사의 환경 철학과 마인드가 의심되고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 의원의 지적을 떠나 오라관광단지와 관련 제주도의 태도는 의심과 의혹을 받아 마땅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각종 위원회 심의에서 몇 차례의 제동은 필수였다. 그러나 오라관광단지는 행정처리 과정에서 비록 ‘재검토’ 혹은 ‘조건부’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경관위원회 심의는 올 1월 재검토 의결 후 2월 재심의에서 조건부 의결됐다. 또 4월 열린 도시계획위 심의는 조건부 수용, 6월의 교통영향평가 심의는 수정 의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7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는 조건부 통과, 9월의 환경영향평가 심의 역시 조건부 동의로 통과됐다.

더욱이 환경영향평가위는 규정에도 없는 회의를 재차 열어 ‘조건부 사항’을 해도 안 해도 그만인 ‘권고’로 바꿔주며 일종의 면죄부(免罪符)를 줬다. 이는 노골적인 사업자 편들기이자 명백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시중에서 단독주택 하나 짓는 것보다 오라단지 사업이 오히려 더 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 관문인 도의회가 남아 있지만 이 역시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지금쯤이면 ‘오라단지 특위’라도 구성 제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봐야 하는데, 뭔가에 눌린 듯 잔뜩 움추린 모양새다.

차제에 ‘천추(千秋)의 한(恨)’을 남길까 싶어 제주도정에 묻고 싶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사업인가. 답이 어렵다면 왜 도정이 이 사업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도 밝혀 달라. 원희룡 도정은 더 이상 ‘청정과 공존’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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