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약
(31)털머위

해안초지는 가을이 깊어질수록 국화과식물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름동안에는 그 존재감이 거의 없던 쑥부쟁이들과 구절초, 감국 그리고 털머위 같은 식물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형형색색 다채롭게 이어지는 국화과의 식물들이 제철 가을을 만나 더 화려해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교적 큰 키로 바닷가를 노란 물결로 만들어 주는 털머위가 있다.

국화과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13,000여종이 있으며, 국내에는 약 300종류가 분포하고 있다. 이 중 털머위는(Farfugium japonicum (L.) Kitam.) 해안가 부근이 원래 자라는 곳이지만 지금은 도심의 도로변이나 공원에서도 자주 만 날 수 있는 식물이다. 털머위에 대한 과거 식물명들을 보면 갯머위, 말곰취, 넓은잎말곰취 등이 있는데, 생김새를 보게 된다면 현재의 이름보다 더 사실적으로 이해가 빨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지역(주로 전남, 경남 도서지역)에 따라서는 털머위는 돈두, 이머구, 이멍애, 긴대라풀, 메머구 등의 방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무래도 머위잎처럼 생기고 줄기에 갈색의 솜털이 밀생하고 있어 지금의 이름을 얻은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털머위는 제주도를 비롯하여 남해안 도서지방에 주로는 자라며, 동해안의 울릉도에도 분포하고 있어 해안성식물임을 알 수 있다. 국외로는 일본, 대만, 중국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주로 자라는 지역이 해안가인 관계로 흙이 쌓일 수 있는 바위틈이나 절벽에 생기는 틈이 주요 생육지이며, 빛이 잘 드는 해안숲에도 자주 볼 수 있다. 개화기에는 긴 꽃줄기에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끝없을 것처럼 피어나면 무채색의 해안절벽에 눈에 확 띠는 포인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져 왔다.

▲ 낙엽성 다년초인 머위. 내륙의 하천변이나 민가 주변에서 주로 관찰된다.

털머위는 그 생김새가 약용 또는 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머위와 비슷하며, 노란색의 꽃이 피는 모습은 또 곰취와도 많이 닮아 있다. 서로들 비슷비슷하게 생겨 이 꽃이나 저 꽃이나 할 수 도 있지만, 자라는 곳의 차이만큼이나 느낌도 많이 다르다. 그래서 산에는 웅장하게 꽃대를 세워 기세가 당당한 곰취가 있다면 바닷가에는 쑥스러운 듯 당찬 털머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보자에게는 곰취도 털머위와 매우 닮은 종류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노란색의 꽃이 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외는 털머위와 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자라는 지역이 정반대이다. 털머위는 바닷가를 중심으로 자라고 곰취는 한라산의 높은 지역이나 물이 흐르는 계곡주변에 주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록성이 털머위와 달리 낙엽성인 다년초로 차이가 있으며, 곰취는 뿌리뿐만아니라 줄기에서 자란 잎도 있어 차이가 있다. 그 외로 꽃대의 형태나 차례에 있어서도 두 종류는 다른 점들이 많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털머위와 유사해 보이는 종류로는 머위가 있다. 역시 털머위가 상록성 다년초인 반면에 머위는 낙엽성 다년초이고 꽃이 피는 모습은 전혀 달라 구분이 된다. 두 종류 역시 자라는 지역에도 차이가 있는데, 털머위는 해안지역에 자라고 머위는 내륙의 하천변이나 민가주변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털머위보다는 머위의 활용도가 훨씬 많다. 털머위는 줄기는 식용하는 사례도 있으나 식용사례는 많지 않고, 대체로 줄기나 뿌리를 약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머위는 잎과 줄기, 꽃은 식용과 약용을 하며, 뿌리 주로 약용으로 이용 된다

▲ 개화기때 긴 꽃줄기에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끝없을 것처럼 피어나는 털머위.

요즘 제주지역에는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도로변이나 공원 등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과거 야생화보급을 하면서 적응력이 뛰어나고 관상가치가 높아 다른 종들보다 많이 보급되어진 결과이다. 이렇게 식재된 털머위는 여름동안 윤기가 나는 진한 녹색의 잎으로 도로변에 생기를 주고, 가을에는 적당한 높이로 꽃을 피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외에도 도로변의 절개지 등에도 볼 수 있으며, 한라수목원 같은 식물원에서도 접할 수 있다.

털머위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땅속에는 짧고 굵은 근경이 있으며, 이 근경 끝에서 잔뿌리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줄기 전체에 연한 갈색 솜털이 있으며, 뿌리에서 모여나는 잎은 넓은 콩팥모양으로 두껍고 윤채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잔톱니 들이 있다. 간혹 잎에 흰색이나 노란색의 무늬가 있는 반엽종도 있으며, 국내에는 노랑점무늬털머위 등 4종류의 재배종도 알려져 있다.

노란색 털머위 꽃은 회갈색 갓털이 달려있는 열매로의 변신으로 또 한번 감흥을 준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줄 때까지 마치 흰색의 꽃이 핀 것처럼 또 한번 변모하기 때문이다. 미동에도 날릴 것 같은 이 열매는 여기저기 흩어져 적소를 만나 다시 털머위 군락을 형성하며 자라게 된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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