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순실·안종범 기소하며
‘朴 대통령과 共謀관계’ 초강수
청와대 “탄핵 할테면 하라” 맞불

“대통령 거짓말 ‘워터게이트’ 닮아”
JP “5천만이 시위해도 안 물러날 것”
꺼질 것이란 ‘촛불’ 점차 ‘들불’로…

참 나쁜, 그리고 뻔뻔한 대통령이다. 검찰이 발표한 ‘비선 실세(實勢)’ 최순실의 국정농단 중간수사 결과와 관련 청와대의 반응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최순실(60)과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일괄 기소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이들과 ‘공모(共謀) 관계’라고 밝히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박 대통령이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 신분’임을 뜻하는 것. 당초의 예상을 깨고 정공법(正攻法)을 택한 것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로 전격 비화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主犯)’으로 지목했다. 우선 대기업을 상대로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했다는 혐의다. 또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 등 핵심 사안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 혹은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대통령의 혐의를 특정해 공개한 것은 국민적 시선이 이미 박 대통령에게 쏠려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헌법(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어차피 칼을 뺀 이상 향후 검찰의 명운(命運)을 걸고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청와대는 당혹과 유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촛불민심’에 역주행한다는 비판 및 야권의 강력한 반발 우려에도 불구 ‘검찰조사 거부와 탄핵(彈劾) 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려보자는 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놓고 나선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수사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부당한 정치공세’나 ‘인격살인’ 등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검찰 조사는 물론 특검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이 임명한 검찰 조사는 거부하고 야권이 추천하는 특검에는 응하겠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없다.

청와대의 ‘탄핵절차’ 주장에 정치권은 ‘시간벌기’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남아있는 시간이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이란 생각은 큰 오산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쁜 사람’ 혹은 ‘배신(背信)의 정치’ 운운하며 가차 없이 내쳐왔다.

전국적으로 불붙은 촛불집회에는 진보진영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사람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진보 측이 ‘분노’의 감정 선에 머물러 있다면, 보수 측은 ‘분노와 배신’에 휩싸여 있다. 그토록 믿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保守)의 가치와 의미를 송두리째 훼손·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의 경우 검찰 조사과정에서 숱한 ‘거짓말’이 드러났다. 예컨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에게 유출한 자료는 총 180건으로, 이 중 47건은 기밀 자료였다. 그것도 취임 초가 아니라 올해까지 계속됐다. 심지어 정호성 휴대전화에서 “최 선생님에게 확인한 것이냐. 빨리 확인을 받으라”는 등의 박 대통령 문자메시지까지 검찰이 확인했다. 그래도 아니라고 말한다. 참으로 뻔뻔한 대통령이다.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사임(辭任)한 것은, 정권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사건 진상 은폐와 거짓말’ 때문이었다. 결국 당 지도부의 설득에 국회 탄핵 대신 자진 사퇴란 결정을 내렸다. 당시 미국에서도 ‘헌정(憲政)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됐지만 나라가 결딴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형부이기도 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5천만이 시위해도 박 대통령은 절대 안 물러날 것”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통령도 그런 길을 택하려 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꺼질 것이란 ‘촛불’은 오히려 거센 ‘들불’로 번질 조짐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대통령의 오기(傲氣)가 나라를 홀라당 태워버리게 놔둬서는 안 된다. 이제 국민과 정치권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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