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석 박사의 제주지질 이야기
(26)용머리 응회환

▲ 산방산 용암돔과 용머리 응회환 전경.

■응회암에 퇴적구조 잘 보존 경관적 가치 높아

산방산에서 남쪽 해안으로 약 500m 가량 바다로 뻗어있는 특이한 모양의 화산지형이다. 마치 용이 바다를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는 모습이어서 ‘용머리 해안’이라고 부른다. 비교적 오래된 수성화산이다. 수성화산에는 응회구와 응회환이있는데 이중 응회환(tuff ring)으로 분류된다.

사계리 마을에 속해있는 이 곳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지질명소(geosites)로서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이라고 부른다. 산방산 조면암의 용암돔과 부정합으로 접해있다. 산방산은 조면암의 덩어리이고 용머리는 수성화산의 화산재층이 쌓인 응회암으로, 서로 다른 화산체가 연결돼있어 이채롭다. 용머리 응회환은 현재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고 화산체의 대부분이 파도의 침식으로 대부분 유실되어 버렸지만 시기적으로 오래된 수성화산체이며 파식대지 해안을 따라 한 바퀴 걸어서 돌수 있고 응회암에 아름다운 퇴적구조가 잘 남아있어 경관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 용머리 응회암에 발달된 풍화혈 구조(tafoni).

■용머리 응회환 ‘층리’ 관찰

수성화산활동으로 분출한 화성쇄설물이 쌓인 화산성 퇴적층을 응회암(tuff)이라고 한다. 실제적으로는 화산재층이다. 그러나 응회암은 화산재(volcanic ash)로만 돼 있지않고 다양한 크기의 화산성 물질들이 화산재와 함께 퇴적돼 있는 형태를 말한다.

용머리 응회환은 현무암 파편인 화산모래와 화산자갈 크기의 물질들이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와 층층이 쌓여있는 형태를 보여준다. 분화구로부터 뿜어져 나온 화산성 물질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퇴적구조를 층리(laminae)라고 한다.

이 절벽의 단면에서는 평행층리, 파동층리, 거대연흔, 사층리 등의 퇴적구조와 함께 퇴적동시성 단층도 관찰된다. 이러한 퇴적구조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물이 많은 환경에서 화쇄난류에 의해 화산재가 빠른 속도로 화구 주변에 먼지 구름과 같은 형태로 흘러가서 퇴적된 것을 알 수 있다.

용머리 해안으로 내려가는 관람로는 단층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용의 혈을 잘라 놓았다고 말한다. 이 단층들은 화산활동 기간중에 화산폭발의 충격으로 만들어지며 화구 가까이에서 관찰된다.

즉, 단층 주변에 분화구가 있었다는 말이다. 화산활동 당시 분화구는 응회암에 남아있는 퇴적구조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데, 현재 용머리에서 동쪽편으로 화순해수욕장 방향의 가까운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적물의 유동 방향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시 화구는 3곳이었으며 화산활동 중에 화도가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화산활동 중에 화구 지하로 연결된 마그마 통로인 화도(火道)는 고정돼 있지않고 움직이기도 한다. 화도 이동(tilting)으로 여러개의 화구가 만들어진다. 용눈이오름 정상부에 3개의 분화구도 이러한 현상에 의한 것이다.

▲ 용머리 해안.

■이벤트성 지질현상으로 층서 설정 어려워

이 응회암은 산방산 동남쪽 산사면에서 거의 수평으로 산방산 용암돔과 접하며 분포한다. 부정합의 노두이다.

산방산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용머리 응회환이 먼저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다. 지질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일이 층서 설정이다. 서로 다른 암석이나 퇴적층이 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을 때 어느 것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시간적인 형성과정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이것이 결정되어야만 이 지역에서 지질학적 형성과정의 역사가 차례로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와 같이 독립된 작은 화산체(오름)가 많은 화산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성질의 지질층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독립적으로 분출하는 화산체와 관입과 같은 이벤트성 지질현상 때문에 층서 설정이 어렵다. 과거 용머리 응회환의 지질시대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120만년 전으로 제시된 적이 있다. 이때 사용한 분석방법은 응회암 속에 포함된 현무암편의 각력을 가지고 포타슘-알곤법으로 측정한 것이었다.

이 연대치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무암 파편의 시료 선택과 분석방법이 고전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응회암은 화산성 퇴적층으로 화산활동 당시에 높은 열로 인해 성질이 변할 수 있어 연대측정이 곤란하며, 암석 연대측정법인 포타슘-알곤법은 오차 범위가 수만년으로 너무 크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질시대적으로 제주 화산암에 대한 연대측정은 적어도 알곤-알곤법에 의한 측정이 요구된다.

산방산 용암돔의 연대는 약 80만년 전으로 측정됐다. 그 후 용머리 응회환이 바닷속에서 분화하여 산방산 용암돔을 둘러싸며 퇴적되었다. 산방산 남동쪽 기슭에서는 용머리 응회암과 산방산 조면암이 접하는 노두가 확인된다. 산방산 앞으로 나 있는 도로변에는 산방산 조면암의 풍화퇴적층이 용머리 응회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은 현재 산방산 조면암이 주상절리로 무너져 내리면서 도로위로 거대한 암반들이 떨어져 내려 대체 우회도로를 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용머리 응회환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에 속한다. 이웃한 단산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수성화산체이다. 이곳 외에도 화순해수욕장의 ‘썩은 다리’를 비롯하여 창고천과 군산 주변에도 특징적으로 오래된 수성화산체들이 분포돼 있다.

현재 제주 육상에서 관찰 가능한 암석 중 가장 오래된 암석은 조면암류로서 80만~90만년 전의 연대치를 보이며 산방산과 서귀포 주변에서만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제주가 화산활동으로 대륙붕에서 생성될 당시 수성화산활동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은제주화산활동의 초기 환경을 연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된다.

약 80만년 전, 산방산이 용암돔으로 생성되고, 그 후에 용머리와 단산이 바닷속 환경에서 수성화산으로 폭발하여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지금 단산은 당시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환경이었다. 현재 단산의 모습이 골격만 드러낸채 이상한 모습을 하는 이유는 당시 바닷물에 의해 침식을 받아 화산체의 원형이 대부분 유실됐기 때문이다.

용머리도 마찬가지다. 당시 산방산도 바닷속에서 해수에 둘러싸여 있었다. 산방산 앞면의 수직 주상절리 절벽은 당시 해안에서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제주도 형성 초창기의 모습이다. 그후에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난뒤, 최근 수천년 전에 송악산이 해안에서 역시 수성화산으로 폭발하여 많은 화산재층을 분출했다. 하모리층이라고 부르는 화산재층은 화순해수욕장 뒷편의 용암층에까지 달라붙어 있으며, 사계리 해안에서는 당시 신석기시대 선사인들이 남긴 사람발자국화석을 남기고 있다.

산방산 용암돔과 함께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이 있는 이곳 해안 지역은 매우 오래된 화산에서부터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산의 형태는 물론 화석을 비롯한 의미있는 자연사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어 제주도에서 가장 중요한 화산지질학의 연구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제주지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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