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관광도시 함마멧 ② 야스민 함마멧

▲ 함마멧 야스민 마리나(Port Marina Yasmine Hammamet)
▲ 야스민 함마멧 거리의 호텔들

수도 튀니스에서 65km 떨어진 튀니지 최대의 관광도시
관광객 보호 위해 검문 일상화, 불평없이 응하는 주민들
거리 수놓은 유럽풍 화려한 건물들, 고급 호텔들도 즐비 

지난 9월초 어느 토요일 아침, 나는 1박 2일 일정으로 다시 함마멧 관광에 나섰다. 앞선 방문에서 튀니지 최대 관광도시인 함마멧을 다 구경하지 못해 내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함마멧은 3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제1구역은 이슬람 풍의 상업지구인 송뜨르 함마멧, 제2구역은 스페인인지 프랑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럽과 닮은 야스민 함마멧, 제3구역은 외곽지에 신흥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바렉싸 함마멧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하루는 야스민 함마멧에서 묶고, 다음날은 바렉싸 함마멧을 구경하기로 했다. <편집자주>

▲다시 찾은 함마멧
이른 아침, 나는 튀니지 최대의 관광도시인 함마멧을 제대로 둘러볼 생각에 들뜬 채 르와지터미널에 도착했다.

숙소는 사전에 인터넷으로 센티도 페니시아(Sentido Phenicia) 호텔을 예약을 해두었다. 야스민 함마멧에 있는 4성급 호텔이었다. 호텔비는 석식과 조식을 포함해 115디나르로 한화 약 6만9000원 가량이다.

튀니지의 모든 호텔에서는 석식과 조식이 호텔비에 포함돼 있다. 특히 튀니지는 지중해를 찾는 유럽인들의 휴가철이 끝나는 8월말부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12월20일까지 호텔비가 매우 저렴하다. 이곳에서는 이 시기가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튀니지의 9월은 30℃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여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르와지 터미널에서는 여전히 운전기사들이 행선지를 외치고 있었다. 내가 “함마멧”이라고 하자 “함마멧 3곳 중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다시 내가 “야스민 함마멧”이라고 했더니 다른 차를 타라고 한다. 함마멧은 앞서 말했듯, 3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목적지를 확인하고 타야한다.

르와지 버스는 8명이 모여야 출발하는 소형버스인데, 시간이 지나도 나 외에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 운전기사에게 승객들이 왜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휴가철이 끝나서 관광도시 방향으로는 탑승객들이 많지가 않다고 했다. 10여분을 기다렸는데도 승객은 보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날씨는 푹푹 찌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5분 거리에 있는 남부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남부터미널에 있는 신트리(sntri) 버스는 에어컨이 있고 승객이 없어도 정확한 시간에 출발한다.

▲ 야스민 함마멧의 거리 풍경
▲ 야스민 함마멧 거리의 카스바
▲ 야스민 함마멧 거리의 호텔들.

▲야스민 함마멧의 풍경
신트리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만에 목적지인 야스민 함마멧에 도착했다. 수도 튀니스에서 6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남원까지 가는 거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터미널을 빠져 나오자 보이는 건물들은 호텔들뿐이고 거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빠른 발걸음도 느긋함이 배어 있는 보통 튀니지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관광도시에 살고 있는 튀니지인들은 유럽인의 실용주의에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일반적인 튀니지의 사람들에게는 ‘인샬라’라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내일 오후 1시에 만나자“ 하면 ”오케이! 만나”하고 대답하면서 “인샬라”라고 한다. “내일 같이 여행을 갈래?”하면 “오케이! 인샬라”라고 대답한다.

‘인샬라’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신의 뜻에 따라’ 정도가 된다. 이곳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약속을 안 지킨 것을 따지면 “인샬라라고 말했잖아”라고도 한다. 튀니지 사람들이 ‘인샬라’라고 대답하면 그것이 ‘예스(Yes)’인지 ‘(No)’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인샬라 문화를 나태함이나 게으름, 무책임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 튀니지 문화의 특성인 것이다. 튀니지에서도 우리나라의 ‘빨리빨리’는 유명하다. ‘빨리빨리’보다는 여유로움이 나는 좋다.

▲ 함마멧 야스민 마리나의 해변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곳
바다가 보이는 곳을 따라 가니, 함마멧 야스민 마리나(Port Marina Yasmine Hammamet)가 나왔다. 튀니지의 마리나는 다른 나라보다 항구세가 저렴해 요트를 즐기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다. 선착장에는 유럽 각국에서 이곳까지 즐기기 위해 지중해를 가로 질러 온 요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야스민 함마멧 중심가로 향하는데 지난번 송뜨르 함마멧에서처럼 관광특구로 진입하는 자동차와 튀니지인들은 모두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관광수입이 국가 전체 수입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튀니지에서는 모두가 아무 불평 없이 당연하다는 듯 검문에 응하고 있었다.

야스민 함마멧에는 온통 고급 호텔뿐이다. 거리는 프랑스인지 영국인지 모를 정도로 유럽 각국의 화려한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거리에는 튀니지인보다 유럽인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이곳에 있는 침실을 모두 합치면 5만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곳의 관광규모를 짐작할 수가 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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