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집행 예산 매년 급증 1조원 넘어
도민 위해 쓰일 예산 금고서 ‘쿨쿨’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2017년 예산안 심의가 마무리되어 최종 계수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예산결산특별위위원회 위원으로서 살펴본 도의 재정운영 역량과 책임감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8조제1항은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처리할 때 주민의 편의와 복리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예산집행률이다.

회계연도를 불과 1개월 남긴 시점인 12월1일 기준으로 전체 예산현액 5조5471억원 가운데 집행률은 70.76%에 불과하다. 즉, 집행잔액 1조6200억원이 도 금고에서 잠을 자면서 도민에게 쓰이지 못하고 있다. 의회 동의를 거쳐 확정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도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년 쓰지 못하는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산기준으로 살펴보면, 2013년 7400억원·2014년 8000억원에 이어 2015년에는 1조원이 해를 넘겼다. 특히 올해는 현재 집행잔액을 감안하면 1조3000억원이 쓰지 못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선 후 나온 결과라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특별자치도가 출범 10년 동안 도민의 삶의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재정운용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인 관리체계의 부재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확신한다.

우선 특별자치 출범 10년의 주요 지표를 짚고 넘어가자. 특별자치도 출범 후 예산규모는 70% 증가한 4조6000억원, 인구는 16% 증가한 65만명으로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은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전혀 기여하질 못했다.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전국 대비 임금은 82.2%에서 75.1%인 234만원로 실질임금수준이 하락했고, 주택보급률은 96%에서 111%로 증가하였으나 주택자가율은 56.2%로 떨어졌다.

기간산업인 1차산업 성장률은 전국 평균 1.1%보다 낮은 0.5%에 불과하고, 관광객은 증가했으나 생산유발효과는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상 모든 계층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고, 기간산업의 경쟁력도 갈수록 상실하고 있다.

지역발전과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국비지원사업 예산운용현황을 보면, 공직사회가 중앙절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4년간 국비지원사업 예산증가율은 3.7%로 연평균 재정 증가율 7.5%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국비사업 중 30% 이상 미집행된 사업수와 집행잔액은 469건 67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미집행사업은 제주기간사업과 쓰레기 등 현안분야에 몰려있다.

과거 4개 시·군을 폐지하여 탄생한 특별자치 출범 원칙 중에 ‘읍면동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여 지역 자생력의 원천인 주민자치를 활성화하자’는 ‘보충성의 원칙’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정시 예산은 남아돌고 읍면동 예산은 부족하다.

30% 이상 미집행사업의 잔액은 제주시 2600억원, 서귀포시 1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읍면동이 필요한 예산요구액 대비 예산편성비율은 제주시 60%, 서귀포시 6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것이 특별자치도의 현실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청정과 공존을 외치며 왕성한 보폭을 이어가지만, 정작 공직사회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갈수록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못써도 도민들의 입장에선 문제인데, 있는 예산도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 없다고 본다.

지난 특별자치도 출범 10년 동안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재정운용 점수는 사실상 낙제점이다. 도민사회에서 현재 행정체제를 개편해야한다는 요구가 어쩌면 당연하다.

도민의 복리증진의 출발점은 행정·재정 수요파악과 집행이 최대한 도민과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앞으로 읍면동 기능강화를 포함한 행정체제개편과 함께 체계적인 재정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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