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페스탈로찌 초등학교(Pestalozzi-Grundschule, 독일 프랑켄탈市)

이민자 급증 유럽선 언어․종교 다른 아이들 융화․적응 중요 과제
모든 수업시간에 다문화자녀, 장애, 학습부진아 도울 보조교사 배치
학교의 책무,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평화롭게 지내도록 가르치는 것

지난 주 우리는 로베르트 슈만 초등학교(교장 네머스 가비)의 사례를 통해 일반적인 독일의 초등학교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아이들이 노는 시간을 성장의 관점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살펴보았다. 오늘 소개하는 페스탈로찌 초등학교(교장 피게)는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을 맞아들이는 독일 공교육의 자세를 통해 다문화 가정 자녀가 늘고 있는 제주에 시사점을 전한다.
 

▲한 수업에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페스탈로찌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실에서는 교사 3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이들 10여명 남짓에 교사가 3명이라니. 의아해 하며 자세히 보니 교사마다 역할이 있었다.

맨 앞의 교사가 수업을 이끌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수시로 개입해 분위기를 바로 잡는, 보조교사 쯤으로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특정 아이의 옆에 앉아 아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을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었다.

잠시 후, 수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던 교사가 교단 앞으로 동화책을 들고 나갔다. 그러자 책상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교사 앞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교사는 동화책을 한줄 한줄 읽기 시작했다. 교사는 구연을 하면서 중간 중간 질문을 던졌다.

책 내용을 잘 아는 아이가 여러 번 발표를 하려 할 때에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좋겠다며 조심스레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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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교실 밖에서는 또다른 보조교사들이 기초학력부진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모두를 위한 수업

이 시간은 듣기 수업이었다. 동화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앞뒤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힘을 길러주고자 했다.

구연을 하던 교사는 이날 수업의 진행교사였다. 통합교사(인테그라치온, Integration)라고 불린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시에 책에 대한 사전 이해도가 다른 아이들의 발언권을 조정함으로써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와 패턴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지난 해 말을 기준으로 독일은 전체 인구 8050만 명 중 20%가 이민가정 출신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20만∼30만 명의 이민자들이 매년 독일사회로 편입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민자들이 늘어나자 이민자 자녀들을 독일의 시민으로 흡수하고 키워내기 위해 통합교사들을 활용한 통합수업의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 페스탈로찌 학교의 이념이 담긴 홍보책자.

▲다문화아이들 많은 제주에도 시사점

이날 수업에는 동화책을 읽어주던 통합교사 외에 특정 아이 옆에서 수업 참여를 돕던 보조교사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장애인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종합학교나, 독일어를 잘 모르는 이민자 자녀들이 이민자 등록 후 바로 학교로 오게 됐을 때 이들의 수업 적응을 돕기 위해 보조교사를 배치하고 있다.

이날 교실에서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던 남자아이는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 일반 아이들의 수업 속도를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아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보조교사는 교실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각, 교실 밖 복도와 작은 방에서는 2명의 아이가 교사로부터 개인 과외를 받고 있었는데, 이 교사들은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보조교사들이었다.

취재진과 함께 수업에 참관한 피게(Frau Fiege) 교장(53)은 “주법(州法) 첫째 조항이 누구든 피부색이나 종교, 인종, 사회적 능력 등에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독일의 교육자들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아이들이라도 모두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것을 실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독일어를 할 줄 모르는 이민자 자녀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소화하는 것이 교육적 과제가 됐다”며 “보조교사와 통합교사 배치 등은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업에 관여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던 교사는 이 반의 담임이었다.

▲특징 다른 아이들 한 데 자라며 서로가 작은 사회 경험

페스탈로찌 학교는 지난 주 소개한 로베르트 슈만 초등학교와 같은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의 프랑켄탈 시에 있다. 하지만 로베르트 슈만 초등학교가 일반 초등학교라면 페스탈로찌 학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니는 종합학교다.

이 곳에는 일반 학생과 정신이나 육체에 장애를 가진 학생,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 이민자 자녀 등이 모두 함께 다니고 있다.

이는 고아에 관심을 가졌던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찌’(스위스의 교육자, 1744~1827)의 이름을 단 학교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공부를 머리와 가슴과 손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로고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있다.

피게 교장에 따르면 이 학교에서는 일반 아이들은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학년에 따라 성적이나 행동을 평가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서술형으로 기술한다.

교사가 아이들의 성장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초등과정 4년 내내 담임이 바뀌지 않는다.

여러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한 반에서 같이 수업을 받고 생활하게 함으로써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나 없는 아이들이 모두 실제 사회와 같은 조건에 적응한다. 이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한명 한명의 아이들을 배려하는 페스탈로찌 학교의 교육 철학은 많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아 2009년 100명이던 학생 수는 2011년 종합학교로 전환된 이후 현재 225명까지 늘어났다.

▲ 파우제(pause)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교실안에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왔다.

▲교사의 역할은 학부모와의 소통

페스탈로찌 초등학교는 근본적으로 문화가 융합되는 교육을 지향한다.

피게 교장은 “독일 공교육은 각기 다른 문화적 요소를 가진 아이들을 하나의 독일인으로 성장시키는 교육에 중점을 주는데, 이 때 문화적 융합은 독일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모국어를 배울 권리도 포함한다”며 “모든 이민자 자녀들은 1주일에 한 시간씩 모국어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이유로 통합교사(인테그라치온)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수업에는 담임 외에 심리 등을 전공한 융합 교사들이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 투입돼 공동 프로젝트 수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더불어 페스탈로찌 초등학교에서는 이러한 모든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최일선 집행자인 교사들에게  학부모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부여하고 있었다.

라인스(Liens) 교감(47)은 “교사의 주 업무는 아이들의 평소생활을 기록하고 이에 대해 학부모들과 면담을 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학부모들이 미리 신청만 하면 언제든 수업 참관이 가능하고, 학부모와 교사는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하며, 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 역시 학부모와의 소통이라고 손꼽았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교사들은 본인이 재직하는 이 페스탈로찌 학교를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학교”라고 정의했다.

교사들은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공동체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질서를 가르치고 개개인이 잘 하는 일을 찾아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이 교사들의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글, 사진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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