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난 뒤 모든 공직자들이 ‘청렴’에 대해 제고할 즈음에 나는 오라동주민센터에 처음으로 출근했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 금지 서약서’ 를 받았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단어는 바로 ‘청렴성’이었다.

서약서에 서명할 당시에도 ‘청렴성’이란 단어는 생소했다. 청렴성이란 무엇인지, 만약 청렴성을 요구한다면 그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했다.

이집트의 술탄이었던 살라딘은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십자군 전쟁에 맞섰던 역사적인 인물이지만, 이와 별개로 극도로 청빈한 삶을 살아 그의 사후엔 묘역을 조성할 돈마저 없어서 친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는데, 공무원으로서 지녀야 할 청렴성은 과연 그가 보여준 그 깊이만큼 일까.

오라동에서 업무를 맡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공직자가 함양해야 할 청렴성의 범위와 깊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청렴성 함양을 위해서는 매 순간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원인과 응대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매 순간들은 청렴성의 시험대다. 이를 위해 동에서는 매월 ‘청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행정전산시스템은 주기적으로 ‘청렴학습’을 제공하고, 시에서는 성과관리 지표에 ‘청렴교육 이수현황’을 기재해 매번 점검하게 하는 등 공직자에게 청렴성을 각인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청렴(淸廉)의 한자는 맑을 ‘청’에 청렴할 ‘염’이다. 물로 비유하면 맑고 청량한 물이다. 그러나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우물가에 계속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맑은 물은 부단하게 움직여야 하고,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도 청렴을 마음에 수도 없이 새기고, 오늘하루도 청렴하였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일전에 살라딘이 보여준 청렴성의 깊이에 감동했다면, 지금은 청렴성 함양을 위해 몸과 마음을 집중했던 성인의 노력에 더욱 감동한다. 청렴이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도 몸속에 청렴함이 배는 경지에 이르라는 채근담의 말처럼, 청렴을 위해서 우리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주시 오라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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