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 사로잡은 오바마 告別辭
“우리는 할 수 있고, 또 이뤄냈다”
떠나는 대통령에 아낌없는 박수

한국 역대 대통령 末路와 대조
차기 리더십 ‘국민과의 소통’ 꼽아
우리도 박수 치며 보내고 싶다…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별사(告別辭) 일부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변화 능력임을 믿어달라”는 국민에 대한 당부였다.

오바마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코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고별인사를 남겼다. 이날 참석한 청중들은 1월 20일을 끝으로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대통령을 크게 아쉬워했다. 이를 입증하듯 오바마에 대한 막판 지지도는 무려 55%에 달했다.

오바마의 메시지는 취임할 때부터 한결같았다.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뜻을 모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이러한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는 나만의 믿음이 아니라 미국을 이끄는 심장이며 민주 정부의 확고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개개인의 참여와 투표가 미국을 변모시켜 왔으며, 그로 인해 사상 첫 흑인(黑人) 대통령이 탄생하고 많은 진보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새로운 정보와 상대방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바마의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의 발로다.

지난 2008년 11월, 초(超)강대국인 미국이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 때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과 40대의, 그것도 이민자의 후손인 흑인을 대통령으로 배출한 미국의 풍토와 저력이 다소 부럽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이를 가리켜 ‘40대의 검은 혁명(革命)’ 혹은 ‘다시 쓴 미국의 새로운 역사’라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금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 오바마에게 미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196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치면 57세다. 오바마는 “여러분이 나를 더 멋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누군가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했는데, 그래도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오늘의 대한민국, 우리의 대통령이 처한 현실과 극명하게 대조되기에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沒理解) 때문일까.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말로(末路)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건국의 아버지’라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성과들을 남겼지만 국민들의 진심어린 박수를 받고 떠난 사람은 드물다.

이승만은 첫 하야(下野)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의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측근의 총에 맞아 죽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신군부 출신인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 문민(文民)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과 그 뒤를 이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보는 시각과 지지층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큰 기대를 모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만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국정농단은 국민들을 좌절케 했고 국격(國格)마저 무참하게 무너뜨렸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지만, 대통령 개인을 넘어 국가적·국민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초 매일경제와 LG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으로 ‘국민과의 소통 능력’(37.9%)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이어 도덕성(26.9%)과 행정경험 및 판단·추진력이 그 뒤를 이었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의 ‘불통(不通)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결과로 여겨진다.

물론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론 ‘맹자의 4단(端)’을 권하고 싶다. 남의 불행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 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서 희생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바로 그 것이다. 리더의 마음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소통 등의 능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는 ‘존경하는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박수를 치며 보낼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원한다. 차기 대통령은 꼭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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