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교육

▲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

튀니지의 하루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베란다에 나가서 하늘과 길거리 풍경을 보면서 오늘 날씨가 좋은지 나쁜지, 더운지 추운지를 확인하는데 그때마다 씩씩하게 걷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튀니지의 아침 풍경
튀니지의 초·중·고 수업은 8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학교로 향한다. 튀니지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자기가 살고 있는 구역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꼭 아침이면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장난을 치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어김없이 오후 5시면 다시 학교 정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손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 수영 강습을 하는 초등학생들
▲ 태권도를 배우는 초등학생들

1956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튀니지는 국민소득이 5000불 이하인데도 국내총생산의 7%, 정부 예산의 20%를 교육 부문에 사용할 정도로 교육을 우선시 한다.

Premier degre 과정이라고 하는 초등학교는 6학년까지이며 6세에 입학한다. 중학교 과정을 Second degre라고 부르는데 7학년에서 9학년까지다. 고등학교인 Cycle secondaire 과정은 4학년까지다.

이곳에서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학생들에게 “중학생이니?”, “고등학생이니?”하고 물으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지만 튀니지에서는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라는 개념이 없다. 중등교육은 3년제 직업학교가 아닌 이상 학교에 입학하면 한 곳에서 7년을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분할 때에는 교복 착용 여부를 보면 된다. 고등학교 4년의 과정은 교복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깐깐한 무상교육의 기준 
튀니지는 헌법 제39조에 ‘16세까지 의무교육을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1991년 7월 교육제도에 관한 새로운 법을 제정해 대학교육을 포함한 전 과정에 대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1875년에 개교한 중·고등학교
▲ 튀니지 지방도시 모나스티르 호텔학교 학생들
▲ 함마멧 관광대학에서 만난 학생들. 우리의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 함마멧 관광대학에서 만난 학생들

그런데 튀니지는 무상교육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강력한 유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과정부터 학기말 평가에서 총점에서 60% 이상을 득점하지 못하면 유급이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중등교육과정으로 진학을 위한 시험을 통과해야만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고등교육 수료 후에는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바깔로레아(baccalaureat)’ 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

전국에는 13개의 종합대학이 있다. 주요 대학으로는 튀니스 대학(Tunis), 엘 마나르 대학(El Manar), 카르타고 대학(Carthage), 마누바 대학(Manouba)과 지방에 젠두바 대학(Jendouba), 수스 대학(Sousse), 카이로완 대학(Kairouan), 모나스티르 대학(Monastir), 스팍스 대학(Sfax), 가베스 대학(Gabes), 가파사 대학(Gafsa) 등이 있다.

대학생(20~24세 기준) 수는 총 35만 명 정도가 되는데 특이한 점은 이중 61.2%가 여학생이다. 또한 정규직 교직원 수는 2011년 기준 2만1552명인데 이중 1만66명이 여성이다. 판사의 27%, 변호사의 31%, 의사의 42%, 기자의 34%가 여성으로서 다른 이슬람 국가와는 아주 다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다.

▲ 튀니스 중심가에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어학기관 ‘부르기바 스쿨'이 있다.

▲교육과 언어
튀니지에서 만난 대학생의 안내로 수도에 있는 종합대학인 엘 마나르 대학, 마누바대학과 지방에 있는 단과대학인 모나스티르 대학과 함마멧 관광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캠퍼스가 우리나라처럼 크지 않았다. 튀니지는 종합대학이 많지 않으며 직업 중심인 단과대학들이 많이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그 앞에 있는 건물이 대학이라고 보면 된다.

튀니지의 일상 언어는 튀니지안 아랍어(Tunisian Arabic)와 프랑스어다. 튀니지에서는 정통 아랍어를 풋사(Fusa)라 하며 지방 아랍어를 암메아(Amme)로 한다. 튀니지 아랍어는 일종의 지방어로 튀니지 사람들은 이를 데르자(Derja)라고 한다. 3~5세가 되면 이슬람교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는“꾸땁(kouttab)”에 입학해 튀니지 아랍어를 배운다. 6세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 이슬람 성서인‘코란(Koran)'으로 정통 아랍어를 배우다가 4학년부터는 프랑스어를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기 시작하고 이후 12세가 되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을 선택해 배운다.

▲ 튀니지 초등학교 전경
▲ 지방의 한 고등학교 전경

▲사립대학은 우리처럼 많은 수업료 지불해야
튀니스 중심가에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어학기관인‘부르기바스쿨’이 있다. 튀니지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아랍어를 공부하는 많은 한국 학생들이 단기 유학으로 이곳에서 공부한다.

부르기바 스쿨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3학기에 걸쳐 운영되는데 한 학기는 9~10주 과정이다. 이곳에서 아랍어 외에도 불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다. 한국어도 개설돼 있다. 튀니지에 부는 한국열풍을 짐작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튀니지 국립대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우리 대사관을 통해 튀니지 외교부의 고등교육부에 제출하면 대학에서 최종 심사해 결정한다.

튀니지의 방학은 좀 특이하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35℃를 웃돌기 때문에 길다. 반면 겨울 방학은 12월에 2주간만 한다. 나는 튀니지의 방학을 교통수단인 매트로에서 느낀다. 매트로가 한가하면 방학인 것이다.

모든 공립학교는 전액 무상이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에는 교육열풍 때문에 시골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교육열풍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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