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 조기 大選 기정사실화
여야 정치권, 대통령선거 올인
설 전후 ‘문재인 독주체제’ 양상

現 흐름 끝까지 이어질진 미지수
단일화 등 변수 많아 역전 가능성도
‘연탄값 시름’ 서민 삶은 관심 밖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위정자들이 자주 되뇌는 말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금세 잊혀지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과 그 측근들은 너도 나도 민심 잡기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으로 말미암아 조기 대선(大選)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서다.

필자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설 연휴동안 대선 풍향을 귀동냥 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난 사람이 제한적이고 혹은 지역적인 한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달픈 삶에 대한 대화가 대부분이었으며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신문이나 TV 등 언론은 ‘대선 민심’을 대서특필(大書特筆)하고 있다. 설 명절 이후 언론이 전하는 대체적인 여론은 ‘문재인 독주(獨走)체제’로 요약된다. 그러나 헤드라인을 구성하는 요소는 각양각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굳히기냐, 보수 대결집이냐’가 있는가 하면, 범여권 세력이 전하는 설 민심은 ‘정치 불신 속 문(文)에 대한 우려가 많다’였다. 또한 문 후보가 1위로 나타난 호남 민심을 놓고도 민주당과 국민의당 해석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모두가 자기 중심의 셈법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는 아마도 설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MBC-한국경제신문 공동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해 지난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이 2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16.3%)과 이재명 성남시장(8.5%)이 그 뒤를 이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6.6% 지지에 머물렀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강세는 반기문과 안철수와의 삼자 및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두드러졌다. 당선 가능성 역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문제는 이런 여론(민심)이 실제 대선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늦어도 3월 13일 전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에는 대통령 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설 민심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대선 3개월 전의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대통령 당락(當落) 결과(17대 이명박·18대 박근혜 당선)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2017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력한 대항마(對抗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지율이 답보상태다. 일부 조사에선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재인의 독주체제가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역전(逆轉)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대 대선(2002년)에서 당선된 노무현 후보가 바로 그 경우다. 당시 노 후보의 대선 3개월 전 지지율은 이회창, 정몽준 후보에 뒤진 3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달 뒤 정 후보와 막판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역전승을 거뒀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매우 불리한 여론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단적인 예다. 막판에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판세가 요동치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임을 감안하면 아직 그 누구도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탄핵과 대통령 선거에 쏠린 가운데 아주 우울한 소식을 접했다. 올 겨울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 후원이 ‘매서운 한파(寒波)’를 만났다는 뉴스였다.

내용인즉, 전국 31곳의 ‘연탄은행’이 확보한 연탄 물량이 전년보다 37% 가량 줄었다는 것.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소외(疏外)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김영란법’의 불똥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장당 500원이던 연탄 값도 573원으로 14.6% 올라 서민 살림살이를 더욱 쪼들리게 하고 있다고 뉴스는 전한다.

과연 여야 정치권은 이 같은 서민들의 피폐한 삶에 얼마만큼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과 그 추종세력에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본문의 여론조사는 MBC와 한국경제신문의 공동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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