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33)통탈목

▲ 통탈목의 압권은 단연 손처럼 갈라진 형태의 넓은 잎이다. 긴 잎자루를 잡고 줄기에서 분리하면 마치 한쪽으로만 펼쳐진 우산과 같은 모습이다. 12월 이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은 황백색이고 원추꽃차례에 촘촘히 달리는데, 꽃차례 지름은 약 45cm다.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야외에 나가보면 농사가 끝난 경작지 주변에는 광대나물이나 민들레 종류 같은 작은 초본들을 볼 수 있으며, 숲속이나 도심주변에서는 동백나무종류가 있을 정도일 것이다. 이런 종류에는 본래 자생식물은 아니지만 겨울에 꽃을 피우는 나무 중 통탈목이라는 나무가 있다.

이름도 특이한 통탈목(通脫木)이라는 식물은 제주지역에 야생상으로 자라는 외래식물이다. 이 식물을 처음 보면 잎이 모양이나 크기, 전체적으로 가지 끝에 잎들이 뭉쳐나는 야자수처럼 자라는 모습 등으로 볼 때 자생식물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잘 정비된 도로변이나 관광지 주변에서 통탈목을 만나면 이국적인 모습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해 나름 역할을 하기도 한다.

▲ 통탈목 꽃은 주로 늦가을에 핀다. 열매는 핵과로서 둥글며 2월과 3월에 검게 익는다.

통탈목(Tetrapanax papyrifer)은 두릅나무과(科)의 상록성인 나무로 이 속(Tetrapanax)에는 통탈목 1종만이 있다. 대만 등 동아시아지역이 원산인 식물로 자생지 주변국가에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두릅나무과(科)라는 사실이 조금 생소해 보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꽃이 피는 모습을 본다면 두릅나무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활용도로 볼 때 약용을 목적으로 도입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국내에서는 제주지역에 월동하며 자라고 남부지방에 식재하기도 한다.

통탈목의 영명을 보면 rice-paper plant 또는 Chinese Rice-paper Plant 로 표기한다. 줄기의 속(髓)으로 종이나 약재를 만드는데 이용되어 유래한 것으로 이 부분을 코르크 대용품으로 쓰기도 한다. 통탈목의 줄기를 잘라보면 속(줄기나 뿌리의 중심에 있는 유조직, “수”라고 함)이 하얀색이며 비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제주지역 방명으로 “속탄낭”불리는 이유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진다. 식물에 따라서는 이러한 골속의 모양이나 색깔 등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어 분류키의 하나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들 중 협죽도, 덧나무, 아왜나무, 수국, 다래나무류 등 다양한 종류들이 통탈목 처럼 골속을 형성하는 식물이다. 이러한 식물 중 줄기에서 수가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통탈목이나 수국 등이 매우 넓게 형성되는 종류로 줄기 단면적의 60%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통탈목의 경우는 이 수가 가장 단단해 만져보면 탄성이 매우 좋고 부드러운 스티로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쉽게 부서지거나 약한 느낌을 주는 다른 식물들과는 차이가 있다. 수는 생육초기에 만들어져 점차 부서지면 실린더 같은 줄기를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탈목의 압권은 단연 손처럼 갈라진 형태의 넓은 잎이다. 긴 잎자루를 잡고 줄기에서 분리하면 마치 한쪽으로만 펼쳐진 우산과 같은 모습이다. 12월 이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은 황백색이고 원추꽃차례에 촘촘하게 달리는데, 꽃차례 지름은 약 45cm이고 자생지에서는 늦가을에 핀다. 열매는 핵과로서 둥글며 2∼3월에 검게 익는데 그 모습을 보기는 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통탈목의 큰 잎과 약한 줄기는 겨울나기에 있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게 만든다. 추위에는 매우 약해서 폭설이 내리거나 혹한이 몰아치면 심하게 동해를 입게 되어 잎을 물론이고 줄기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신기한 것은 이 후의 회복도 빠르다는 점이다. 다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고 하면 그 고사목 주변으로 생육지를 빼곡하게 넓은 잎으로 덮으며 건재를 과시한다. 사실상 주된 번식방법 중 하나가 뿌리줄기를 통해서 조금씩 이동하는 생존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이 매년 반복되면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통탈목은 약용식물로 어린 나무 줄기의 속(통초)과 뿌리 부위 등을 비롯하여 꽃봉우리까지 모두 약재로 이용된다. 간혹 시중에서는 등칡이라는 식물을 종종 통초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다른 식물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도에서 통탈목은 양지의 하천변이나 숲가장자리, 인가 주변의 공터 등에 관찰된다. 숲속보다는 숲 가장자리가 주요 자생지로 볼 수 있으며, 주변에 토양층이 잘 형성되어 있다면 왕성한 번식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요새는 이런 공간들이 점점 없어져 보기 힘들어지고 있어 조금 아쉬움도 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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