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튀니지 튀니스의 ‘명동’ 바르셀로나

‘스페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피카소의 고향이자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연상한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기원전 스페인 남부도시를 정복한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의 아버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편집자주>

▲한국의 명동과 같은 튀니지의 바르셀로나

그런데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도 ‘바르로셀로나’가 있다. 튀니스의 제일 번화가이자 중심가의 이름이다. 지명 유래는 알 길이 없으나 711년 북아프리카에서 건너간 아랍인과 베르베르족 무슬림인 무어인들이 이슬람 왕국을 세우고 거의 800년 동안 지배했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2년 동안 매일 ‘튀니스의 명동’ 바르셀로나를 지나다녔다.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다 퇴근하면 이 곳을 지나 메트로를 타야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튀니지에 왔을 때에는 IS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의 몇 달 동안 눈을 돌리지 못 하고 다녔다. 이 곳 번화가를 지나면서도 말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튀니지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나도 이 곳에서 도시인의 삶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국가의 자유로운 거리 풍경

바르셀로나 거리를 지날 때 마다 노상 카페에는 젊은이들이 북적였다. 이런 풍경이 너무 좋았다. 처음 유럽을 여행할 때 우리나라에는 없는 길가의 카페들을 보면서 신기해했었는데 이런 유럽의 카페 문화가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나는 이곳에서 단골로 다니는 카페를 만들었다. 그 곳에서 튀니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바게트와 조그만 작은 잔에 넣어서 주는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튀니지 사람들의 문화와 풍습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노상 카페에서는 동양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선지 내가 앉아있으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그들이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튀니지에 처음 도착했을 때 튀니지 사람들이 입는 옷은 아랍 복장일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상가에서 팔고 있는 옷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유럽식 의복들이었다. 이슬람국가인데도 길거리에서 비보잉을 하고, 연인들 끼리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바르셀로나 식료품 점에 진열된 올리브 열매로 만들어진 각종 반찬
▲ 바르셀로나 식료품가게
▲ 바르셀로나 어시장 풍경

▲활기 넘치는 거리

튀니스의 바르셀로나 거리는 튀니지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하비브 부르기바’의 거리에 있는 프랑스대사관에서부터 시작한다. 프랑스대사관 담벼락을 끼고 들어가면 튀니스의 최대 번화가인 바르셀로나 거리가 시작되는데 그곳에는 수많은 옷가게와 노점상, 전통시장과 어시장이 밀집해 있어서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튀니지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블록은 우리의 남대문 시장처럼 수많은 노점상들이 길을 걷지 못할 정도로 빽빽이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 또한 볼거리이다. 이곳의 노점상들은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두 번 시간을 정해서 장사를 할 수 있다. 이 노점상들은 오후 5시가 되면 모두 철시한다. 그 시간을 안 지키면 경찰들이 단속해 모두 걷어가 버린다. 주위 상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바로셀로나 다른 블록 진입로에는 ‘팔마리엄(Palmarium)’이라는 튀니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쇼핑센터가 있다. 나도 심심할 때마다 자주 들어가 보았다. 5층으로 되어 있으며 약 200여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이곳을 가면 튀니지 사람들이 즐겨 입고, 신고, 좋아하는 액세서리가 무엇인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어디서 감시를 하는지 바로 보안요원이 달려온다.

▲ 바르셀로나 거리의 풍경
▲ 길거리 좌판 위에서 향수가 판매되고 있다.

▲올리브를 좋아하는 튀니지 인들

또 다른 블록에는 야채가게, 과일가게, 반찬가게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튀니지 사람들은 우리가 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못하듯이 식사 때 반드시 올리브 열매로 만든 반찬을 먹어야 한다. 나도 호기심에 사서 먹었다가 너무 짜 혼이 난 적이 있다.

튀니지는 여름온도가 최고 평균 33도를 오르내린다. 때문에 튀니지 음식들은 맵고 짠맛이 강하다. 하루는 이런 올리브 열매를 여러 번 물에 씻어 짠맛을 없앤 후 김치를 만들 때 들어가는 고춧가루, 생강, 마늘, 참깨 등의 양념을 넣어 보았다. 만들어진 반찬을 내가 알고 지내는 튀니지 사람과 몇 명 안되는 한국교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비법을 알려 달라고 하면서 인기가 대단했다. 농담이지만 어쩌면 내가 튀니지에서 올리브 열매로 김치를 만든 최초의 한국인일지도 모르겠다. 올리브 열매 반찬은 1그램에 1디나르(600원) 정도 한다.

▲서점 적고 책값은 비싸

튀니지에서 책을 사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학교 인근 등을 돌아다녔다. 튀니지에서는 책방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가끔 하비부 부르기바 거리에서 도서 전시회가 열리지만 내가 원하는 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바르셀로나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책방을 발견했다. 도서관 일을 하다 보니 서점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기했다. 서점에 들어서니 이방인이 원하는 책이 뭔지 아는지 여행서적 코너를 안내해 주었다. 그런데 그 많은 여행서적 중에는 한국을 소개한 책이 없어서 아쉬웠다.

튀니지 사람들에게 북 스토어(book store)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알아듣지 못한다. 튀니지에서는 책을 키따브(KITAB)라고 하는데 책을 사고 싶으면 바르셀로나 거리로 가면 된다. 그런데 튀니지는 책값이 비싼 편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가 튀니지에

나는 튀니지에 살면서 주로 다니는 중심가 도로 등에 단골집을 만들어두었다. 위험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그렇게 알게 된 가게가 음식점, 카페, 아딸(구멍가게), 피자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약국, 철물점, 화장품 가게 등 꽤 여러 곳이다.

튀니지에서도 귀찮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이럴 때 단골집에 들어가 현지인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 금방 사라진다.

바르셀로나 거리에는 영화관이 두 곳 있다. 입장권은 5디나르(3000원). 내가 본 영화는 ‘엑스 맨’이었다. 입장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연인들이다. 동양인이 영화를 보러 온 것이 신기했는지 여기저기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어 본다. 여기서 혼자 여행을 온 중국인도 만났다. 국적이 달라 시원하게 의사소통은 안 되었지만 피부색이 같은 동양인이라서 서로 매우 반가워했다.

튀니지 사람들은 영화 ‘스타워즈’를 아주 좋아한다. 기원 후 4세기 경 부터 사막의 조그만 오지 마을인 ‘마트마타’에 원주민인 베르베르족들이 기후 때문에 땅속에 독특한 토굴 주택을 짓고 살았는데 이곳 마트마타가 ‘스타워즈’의 배경이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튀니스의 번화가인 바르셀로나 거리를 구경하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바르셀로나의 건물들 대부분이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프랑스풍이라 거리에 서있으면 여기가 프랑스인지 착각을 할 때가 많다. 튀니지 여행자들에게 반드시 이 거리를 걸어 볼 것을 추천한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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