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가장 선호 대선 정책 ‘일자리’
국내 일자리 위협요인 증가
정부 일자리 재정투자 크게 늘려

그러나 문제 해결 조짐 없어
다양한 정책 조합 집행하지 못해
종합예술 감독 같은 지도자 필요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현재까지 나온 대선주자들의 정책 중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으로 ‘일자리’가 꼽혔다. 1위인 38.2% ‘일자리’ 다음으로 기본소득 16.3%, 교육개편 12.3%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도 사실상 넓은 의미의 일자리 정책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어 국민의 3분의2 이상이 일자리 문제를 우선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돌려 말하면 그만큼 국민들은 일자리 문제에 대하여 애가 타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대대적인 재정투자를 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외환위기로 인한 실업대란을 5년여 만에 극복했다고 평가되기도 했다. 물론 양적인 성공과는 달리 비정규직·양극화 등 고용의 질과 관련한 문제가 그 때부터 구조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경제는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외국인력의 증가 등의 인구변화도 일자리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2008년 이후 일자리 사업에 대한 재정투자는 2배 이상 증가해 올해는 17조 736억원에 이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GDP 대비 노동시장정책 지출비중을 보면 아직 OECD 전체 평균보다는 낮기는 하나 미국·영국·일본 등보다는 높다. 이는 영·미·일을 제외한 독일·스웨덴·덴마크 등 대륙 유럽 국가들의 지출비중이 OECD 평균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하여 공공근로와 같은 직접일자리 예산 비중이 매우 높은데 이는 직접일자리 사업이 일종의 소득보전책이자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투자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일자리 문제의 원인은 다면적이어서 그 대책도 종합예술과 같이 다양한 정책을 잘 조합하고 실효성 있게 설계하고 집행하여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산업에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도록 경제성장을 견조하게 이끌어내면서, 그러한 일자리가 가급적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핵심노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들이 빨리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고학력 여성과 여전히 활기찬 중고령자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기술혁신 등 노동시장과 경제사회의 변화로 인해 양산되는 다양한 형태의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적인 노동시장정책도 매우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성장 분야 R&D투자, 서비스산업 선진화, 창업과 창직 활성화 등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제고하는 정책적 노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고용서비스·직업훈련 정책 등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경기침체와 일자리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전적 차원에서 직접일자리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일정 기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그러한 일자리들이 가급적이면 공공 및 사회서비스 등 청년과 여성에게 친화적이면서 우리 사회에 부족한 공공 및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남용 등 도덕적 해이·중복지원·예산 낭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유사하고 중복되는 일자리 사업이 너무 많은 것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를 통한 ‘일자리 위기의 구조화’ 단절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취업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여 주는 청년취업수당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 일정비율의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대선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일자리 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성 등이 애매하다. 부디 차기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에서도 훌륭한 종합예술 감독이 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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