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첫해 매출액 고작 44억원
당초 목표 650억 대비 실적 참담
강정 크루즈 시작돼도 기대 난망

송객수수료 가장 큰 걸림돌
자본력 앞선 대기업 유리한 시장
국부유출 방지 등 위해 개선 시급

“황금알은 고사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제주관광공사(JTO) 시내면세점 영업성과를 놓고 일부에선 이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2월 12일 개점한 JTO의 매출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 매출이 고작 44억2000여만에 그쳤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대기업 시내면세점 실적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작년 호텔신라 신제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각각 5176억5080만원과 4834억448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방공기업 JTO는 관광수익 역외유출 방지와 제주관광 과실의 도민사회 환원 등을 명분으로 내걸고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개점 첫 해 매출목표를 65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JTO 매출액은 직원(50명) 인건비와 점포(중문동 롯데호텔제주) 임대료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체 매장 중 75% 밖에 가동이 안 되고, 해외 명품브랜드 입점도 늦어진 점을 등을 감안해도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JTO는 지정면세점을 8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시내면세점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시장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명품 유치 능력과 마케팅 역량도 아직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면세점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버거워 보인다. JTO는 다른 대기업 면세점과 달리 매장이 서귀포시에 위치해 지리 여건도 불리하다. 시내면세점 이용 비중이 높은 크루즈관광객이 현재 제주항에서만 내리는 관계로 그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JTO는 이에 오는 7월 시작되는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항 크루즈선 입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곳을 통해 크루즈관광객이 들어오면 지리적 잇점 등을 살려 면세점 매출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렇다고 잘 될까. 십중팔구 어렵다고 본다. 송객수수료 문제 때문이다. 시내면제점 운영 성패의 관건은 수수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세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송객수수료 배팅을 크게 하는 면세점 업체가 시장 파이도 많이 차지한다. JTO는 대기업 면세점에 비해 자본력이 약할뿐더러 공기업 특성상 수수료를 그들처럼 많이 줄 수도 없다. 강정 해군기지에 국제크루즈선이 입항한다 해도 대기업 면세점들이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관광객을 제주시로 끌어갈 공산이 크다.

수수료 측면에서 시내면세점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자본력이 앞서는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JTO가 영업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자금력이 딸리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대기업 면세점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2개 시내면세점 매출액 8조9066억원 중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으로 매출 대비 10.9%를 차지했다. 송객수수료율은 면세점 사업자별로 최저 3.3%에서 최고 34.2% 였다. JTO 수수료는 최저 수준에, 롯데와 신라는 최고 수준에 보다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시내면세점 송객수수료는 2013년 2966억원, 2014년 5486억원, 2015년 5630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최대 고객은 중국인이므로, 수수료 대부분은 중국으로 흘러간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으로의 국부(國富) 유출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업의 최종목적은 이윤 극대화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내면세점 수수료도 그런 차원으로 이해된다. 고객 확보를 위한 자본 투입이다. 수수료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법상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도가 없어서 문제다.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은 면세점 쇼핑 위주의 저가관광 상품을 양산해 결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국부 유출까지 급증하고 있다. 무제한의 송객수수료 제도는 자본력이 큰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해 공정성도 저해하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송객수수료가 일정 범위를 넘을 수 없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JTO 시내면세점의 활로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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