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개발공사가 수권자본금을 기존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10배나 늘리려는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 소관 상임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15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도개발공사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자본금을 증자(增資)하는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며 결국 심사를 보류했다.

자본금 증자 반대에 앞장선 것은 고정식 의원(바른정당, 일도2동 을)이었다. 고 의원은 “삼다수 유통조직을 재정비하거나 탄산수 사업을 정상화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강화하기 위해 자본금을 늘리겠다고 하면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런 경험도 없는 골재(骨材) 채취사업이나 행복주택 사업을 위한 것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자본금(資本金)을 늘렸다가 실패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말도 나왔다. 개발공사는 삼다수와 함께 감귤농축액 제품을 브랜드화하고, 탄산수 판매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개정 조례안은 제주개발공사의 수권자본금을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하고, 주식의 총수도 1000만주에서 1억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도 대폭 확대했다. 기존 삼다수와 감귤가공품 등의 유통과 판매 외에 △주택의 개발 및 분양, 개량과 임대관리사업 △토지의 취득·개발·분양·비축·임대관리사업 △도시재개발사업 및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이 추가됐다.

시대 흐름 및 환경변화에 따라 자본금이나 사업 영역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주개발공사의 ‘원죄(原罪)’가 만만찮다. 한때 미국 호접란 수출사업은 반도체에 버금가는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랬던 호접란 사업은 100억에 가까운 사업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의 대표적인 투자실패 사업’이란 오명과 함께 끝내 막을 내렸다.

또 ‘프리미엄 생수’를 표방하며 용기 디자인에만 8억원을 들이는 등 35억원 이상을 투자한 ‘한라수 사업’도 2년 만에 접었다. 제주맥주 ‘제스피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더욱이 개발공사가 추가하려는 사업들은 자체 비전이나 계획보다는 제주도의 ‘선심성 정책’에 부화뇌동하는 측면이 너무 강하다. 이는 보다 냉정하게 숙고해야 할 ‘사업의 ABC’를 망각한 처사나 다름없다. 무분별한 사업 추진은 자칫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다수의 아성(牙城)’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차후에 상황 변화가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선 제주도개발공사의 자본금 증자와 사업 확대 등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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