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유족회·학계 서로 맡아야 한다며 정면 충돌
위원직 사퇴 소동 끝 봉합했으나 활동 위축 우려

제9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가 17일 꾸려진 가운데 부위원장 선출을 놓고 첫 회의부터 불협화음이 나왔다.

특히 앞으로 2년간 제주4·3 해결을 위한 여러 주요 현안을 처리하고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논의하게 될 실무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앞으로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7일 오전 제주도청 한라홀에서 제9기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 위촉식과 136차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부위원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위원들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일부 위원은 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한하용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제주시지부 회장이 홍성수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을 부위원장으로 추천하자 김동만 제주한라대 교수가 김상철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을 추천하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김동만 제주한라대 교수는 “4·3유족회에서는 4.3 해결을 위해 중요한 여러 일들을 풀어갈 때 한 발 뒤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대외적으로 ‘실무위원회가 유족회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제주도민의 가운데 있다’는 측면에서 균형을 가지고 양 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 있는 제3자가 부위원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은 “부위원장은 위원장을 대신해 희생자 명예회복과 도민 화합 등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라면서 “색깔이 편향됐다고 봐선 안 된다”고 피력했다.

결국 설전 끝에 김상철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의 부위원장직을 양보하면서 홍성수 전 회장이 추대로 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회의 도중에 김 교수가 자리를 뜨는 등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홍성수 부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나온 게 아니고 위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서 제주도와 정부에 제주4·3을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위 첫 회의부터 위원 간 대립각이 세워졌던 만큼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실무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운영 조례에 따라서 실무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이날 제기된 객관성 상실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그런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부위원장 선출과 함께 제주4·3 추념식 기획을 위한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소위원회 위원장은 김상철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이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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