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온 가족이 밥상에서 낭푼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낭푼에 수북이 올려진 밥은 숟가락 경쟁이라도 하듯이 금방 사라져 버리곤 했다. 계절에 따라 올라온 반찬은 자리젓 등 젓갈류와 장아찌 그리고 우영팟에서 따온 고추 등 쌈채가 주를 이루었고 가끔 인근 바닷가에서 잡아온 생선이 올라왔다.

이 추억은 바쁜 생활에 묻혀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즐거웠던 기억 혹은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되살아나기를 반복한다.

낭푼밥과 혼밥세대가 섞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먹을거리는 어떤 의미일까?

건강하고 소박하게 먹는 것과 간편하고 빠르게 먹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요즘처럼 비만을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는 아마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호할 것이다.

사실 글로벌화로 인해 식품의 경계가 허물어져 세계 각국 식품을 언제라도 접할 수가 있게 됐으며, 원산지가 불분명한 인스턴트식품이 우리 식탁을 점령해버려 우리 음식을 외면하고 먹물이 붓에 스며들 듯 자기도 모르게 정크푸드에 적응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변화에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의 정답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식문화에서 찾고자 한다. 제주도의 전통향토음식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섬이라는 지리적 요인으로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상차림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양념을 많이 쓰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슬로푸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된장, 간장을 이용한 요리의 발달과 제주전통음식의 조리법은 건강음식으로 손색없다.

올해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전통식문화 계승 활동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가난한 음식 장수음식으로 일컬어지는 제주음식에 대한 전승 및 제주다움의 가치를 알리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전통음식을 기반으로 한 표준조리법과 현대식 퓨전요리 등은 잊혀져가는 음식문화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맛에는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있다.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대동소이하고 천편일률적인 맛에서 벗어나 전통식문화 안에서 건강과 조화로운 삶이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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