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튀니지에서 살아가기②

▲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신도시 모습. 이곳에서는 아랍의 모습을 찾을 수 가 없다.

지금부터는 일상의 이야기이다. 튀니지를 여행할 때는 반드시 손목시계를 갖고 가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 배터리라도 떨어지면 시간을 알 수 없어 난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 튀니스 메디나 근처의 시계수리점

▲외국인에게 친절한 사람들
튀니지는 계절마다 업무시간이 다르다.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모든 직장이 빨리 끝난다. 지난해 라마단 기간(2016년 6월6일~7월6일)의 경우 관공서 근무시간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고 금요일은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였다. 나 역시 시간을 알지 못해 짐작으로 은행에 갔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

오늘은 손목시계로 인해 경험했던 튀니지 사람들의 인심을 소개하고 싶다.

튀니지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다. 시계 작동이 안 되자 건전지를 교체하려고 시계 수리 점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주인에게 건전지를 교체해 달라고 했더니 시계 뒷면을 열어서 이것저것 만져보더니 다시 주는 것이다. 나는 의사 표현이 잘못된 줄 알고 다시 배터리를 교환해 달라고 했더니 주인은 웃으면서 지금은 시계가 돌아가고 있으니 멈추면 그때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튀니지 물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얼마가 나올까, 바가지는 안 씌울까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다음에 교환하라고 했다. 돈을 벌려는 마음이 앞선 사람이었다면 분명 배터리를 교환했을 것이다. 외국인의 처지를 헤아려 주며 도와주려는 튀니지 사람들의 친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하맘 안에는 욕조가 없다. 욕조 대신에 뜨거운 대리석위에 앉아 열기로 땀을 뺀 후에 몸을 씻어야 한다.
▲ 튀니지의 남자 화장실

▲공중목욕탕 속옷입고 이용
튀니지에서는 목욕탕을 함맘(Hammam)이라고 한다. 튀니지의 공중목욕탕은 남자만 갈 수 있는 ‘함만’과 여자만 갈 수 있는 ‘함맘’이 따로 있으며, 이 두 가지가 한 공간에 있는 경우에는 이용 시간이 다르다. 내가 사는 동네의 경우에는 여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남자는 오후 3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함맘 체험을 위해 일부러 목욕탕에 간적이 있다. 내부의 특이한 광경에 무척 당황했다. 함맘 안에는 욕조가 없었다. 욕조 대신 뜨끈하게 덥혀진 대리석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뜨거운 대리석 위에 앉아 열기로 땀을 뺀 후에 다른 방이나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물통에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어가면서 바가지로 물을 부으면서 몸을 씻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사우나처럼 열기에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튀니지의 함맘에서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옷을 홀딱 벗어서 들어갔다가는 큰일이 난다. 목욕 중에도 반드시 속옷을 입어야 한다. 이슬람 국가인지라 동성 간에도 신체의 중요부위는 노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길가에서 여행 가방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면 대부분 함맘에 가는 중이던지 아니면 갔다 오는 중이라 생각하면 된다. 튀니지 함맘에서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사용할 비누나 바가지들을 모두 갖고 가야 한다. 한번은 현지인 친구에게 때밀이 수건을 선물했더니 처음 본다면서 아주 신기해했다.

바르셀로나 메트로 역에서 휴대전화를 소매치기 당한 적이 있다. 그 전화기에는 제주매일 연재에 사용할 많은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다음날 튀니지국립도서관 동료에게 말했더니 난리가 났다. 튀니지국립도서관에서는 나에게 휴대전화의 기종과 시리얼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더니 튀니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한국인의 전화기를 훔쳐간 소매치기를 잡아달라고 바르셀로나 경찰서와 튀니지의 모든 통신회사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 문제는 튀니지 정부에까지 보고가 돼 바르셀로나 메트로 역에 경찰들의 경비가 삼엄해지기도 했다. 나는 출퇴근시 바르셀로나 메트로 역을 이용했는데 한동안 바르셀로나 메트로 역에 동양인이 나타나면 경찰들이 나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보호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 튀니지 여성들은 다양한 컬러의 히잡으로 멋을 부린다. 사진은 히잡 가게.
▲ 내가 살던 아파트의 출입문. 외국인이라고 집주인이 잠금장치를 3개 달아주는 배려를 해줬다. 그 중 가운데 잠금 장치가 고장이 났다.

▲남자는 여자미용실 출입불가
나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까치발을 했다. 왜 이렇게 소변기가 높은가 유심히 살펴봤더니 튀니지 남자들은 다리가 길었다. 여행을 할 때 제일 난처한 경우는 화장실을 찾지 못할 때이다. 이럴 때에는 주유소나 물건들을 파는 대형건물에 들어가면 된다. 그런 시설이 없을 경우에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사마하니, 윈 뚜와렛?”이라고 말하면 외국인들에게는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세탁소는 부유한 동네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와 달리 세탁소는 선불이다. 튀니지에서 이발소를 ‘하쩸’이라 하는데 이발소는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단골로 다니는 이발소가 있었다. 그곳에서 유심히 보았던 튀니지 남자들의 이발 습관이 특이했다.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는 것을 좋아해선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다가 이발할 때 밀어 버린다. 이발사에게 남자들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이슬람을 창시자 마호메트가 수염을 길렀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라 했다.

수염을 기르는 것을 ‘순나’라고 하는데 의무는 아니라고 한다. 만일 튀니지에서 이발을 할 경우에는 사진으로 본인의 스타일을 보여 주어야 한다. 튀니지 남자들은 짧게 깎기 때문에 방심했다가는 엉망이 될 수 있다.

여성인 경우 히잡을 머리에 두르고 다니기 때문에 미장원이 없을 것 같으나 우리의 미장원처럼 현대적이며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다.

튀니지 여자들은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히잡을 두르고 다니는 여성일 경우는 머리스타일 대신 다양한 색상의 히잡으로 멋을 부린다. 이발소인 경우는 4디나르 이내(2400원)이지만 미용실인 경우는 아주 비싸기 때문에 사전에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 미용실에 절대로 들어 갈 수 없다.

▲ 남자 이발관
▲ 필자가 단골로 이용했던 튀니스 바르도의 한 이발관

▲열쇠수리공에 6만원 거금을
튀니지에서는 집에서도 항상 열쇠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잠시 현관 앞에 나왔다가 문이 닫혀버리면 열 수가 없다. 이런 것도 모르고 현관 앞에 나왔다가 바람에 의해 문이 닫혀버려서 몇 시간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다.

문은 열지 못하고 날은 어두워 가고 어디서 밤을 지새워야 하나 겁이 더럭 났다. 사전에 친해두었던 철물점에 갔더니 다행히도 점포를 닫는 중이었다. 철물점에서 열쇠전문 수리 점 위치를 알려 주어서 약도를 보면서 찾아갔는데 출장을 갔는지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전문가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 문을 여는데 100디나르(6만원)가 들었다. 1디나르로 바게트 빵 5개를 살 수 있다. 100디나르를 지불했다면 열쇠수리공 출장비가 얼마나 비싼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래도 집안에 들어 갈 수 있었던 것만도 다행이었다.

튀니지의 대부분 가정에는 위성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 튀니지 사람들은 위성안테나를 통해 중동, 아시아, 유럽의 여러 나라 방송을 시청하는데 그 채널이 100여개가 넘는다. 나일샛(Nilesat)위성은 주로 아랍권 나라의 방송을 보여주며, 이탈리아 등 유럽 나라들은 핫버드(Hotbird)를 통해 시청을 한다. 내 경우도 KBS월드와 아리랑TV를 보기 위해 위성 안테나 설치를 했다. 아리랑TV는 영어로 말하며, KBS월드는 자막이 영어로 나오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튀니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채널이다. KBS월드와 아리랑TV가 튀니지에 한류를 퍼뜨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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