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탄핵심판 선고
朴 대통령 등 ‘運命의 일주일’
‘인용’ 여론 높지만 결과 예측불허

어떤 경우수에도 관건은 ‘승복’
정치적 셈법 갖고는 문제 못풀어
앨 고어 “애국심으로 실망감 극복”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지을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남겨진 운명(運命)의 갈림길은 세 갈래다. 탄핵 인용이나 기각 또는 각하, 그리고 자진 사퇴(하야)다. 법조계 안팎에선 10일 전후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아직도 예측 불허다. 연합뉴스가 최근 전직 재판관 8명과 헌법학자 7명에게 견해를 구했으나 이 가운데 6명만 소신을 밝혔다. 나머지는 첨예한 이견(異見) 대립을 이유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소신을 밝힌 6명의 의견도 나뉘었다. 4명은 ‘청구 인용’을, 2명은 ‘각하나 기각’을 전망했다.

다른 매체(뉴스토마토)의 조사결과는 또 달랐다. 로스쿨 교수 등 헌법 전문가 10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대다수가 헌재(憲裁) 재판관 8명 중 8명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을 인용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 이론상 기각이 어렵고, 국민통합을 위해 일치된 의견을 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실제 헌재 분위기와는 무관하다. 개인적인 소신과 판단을 내리는 전문가 그룹과 달리 ‘역사(歷史)에 기록’ 되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헌재 재판관의 입장은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헌재는 이번 주 ‘루비콘 강’을 건너고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8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 심판은 ‘인용(認容)’으로 결론 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즉각 파면되며 짐을 꾸려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 경호를 제외하고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는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또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이어 정치권도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게 되는데, 조기 대선일은 5월 9~10일이 유력하다.

반대로 탄핵 심판이 기각(棄却) 혹은 각하(却下)될 경우 박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검찰의 수사 또한 난관에 부딪힐 소지가 높다. 헌재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대통령을 검찰이 다시 강하게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탓이다.

이밖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는 하야설(下野說)도 꾸준히 나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에 의해 물러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선고 1~2일 전에 전격 사퇴를 한다는 시나리오다. 청와대는 “자진 사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단호한 입장이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탄핵 선고 그 이후다. ‘기각되면 혁명, 인용되면 내란’이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 작금의 분위기를 보노라면 인용이나 기각 모두 엄청난 후폭풍(後暴風)이 예상된다. 촛불과 태극기 세력으로 크게 구분되는 ‘편가르기’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선 나라가 절단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원치 않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승복’하는, 보다 현명한 판단과 성숙한 모습이 요구된다. 이런 선택이야말로 나라는 물론 국민들도 함께 사는 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십 부재를 틈타 북한은 6일에도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중국 또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관광 전면금지와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오늘과 같은 국가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大選) 주자 등 우리의 정치인들은 ‘정치적 셈법’에만 여념이 없다. ‘이러고도 나라냐’란 볼멘소리가, 언제 ‘이러고도 정치지도자냐’라는 불만으로 바뀌어 폭발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부시에게 아깝게 패한 앨 고어의 ‘승복(承服) 연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 이기고도 법 싸움에서 진’ 고어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던 날 역사에 남는 명연설을 했다.

“결승선에 도착하기 전에 무수한 논쟁이 오가지만, 일단 결과가 정해지면 승자나 패자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화합의 정신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실어준 지지자들이 느끼는 것처럼 나도 실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애국심으로 실망감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분열보다 화합이 더 절실함을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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