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튀니지에서 살아가기(3)

관광이라는 말은 주나라 때의 「역경(易經)」에 나오는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지방이나 나라의 풍경, 풍습, 풍물, 제도 등을 보며 견문을 높인다는 뜻이다. 아무런 지식 없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보다 사전에 그 나라 국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고 떠나면 흥미는 배가 된다. 나 역시 이런 이유에서 ‘튀니지에서 살아가기’를 연재하고 있다.

▲ 병원가는 골목길 하늘이 아름답다

▲한국처럼 4계절이 있는 나라
튀니지 여행을 계획할 때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프리카니까 덥겠지 하면 오산이다. 튀니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그러니 계절에 따라서 적절한 옷을 준비해야 한다.

튀니지의 봄은 3월부터 5월이며 가을은 10월과 11월이다. 그러나 10월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덥다. 튀니지의 여름은 습도가 낮아서 무덥다가 아니라 햇빛에만 닫으면 살이 익을 정도로 뜨겁다. 그렇다고 토시를 팔에 착용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다. 튀니지에는 토시라는 것이 없다. 그러니 여성인 경우 치마를 입더라도 햇빛을 막을 여름용 긴 카디건이나 여름용 점퍼를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햇빛을 좋아하는 유럽관광객이나 튀니지 사람들은 체질상 반팔을 입고 다니지만 한국인인 경우는 참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 선글라스는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며 수영복도 필수이다.
지중해의 나라 튀니지의 바다는 보석보다 아름다울 정도로 신비한 에메랄드빛을 띤다. 그래서 여름이면 유럽인들이 일광욕을 하기 위해 튀니지로 몰려든다. 겨울철 여행자는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소나기성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겨울은 튀니지도 역시 춥다.

▲ 생수 물을 끊였더니 물 속 석회 성분 때문에 냄비 뚜껑이 하얗게 됐다.
▲ 아파트 가스 검침기
▲ 저자의 전기와 가스 고지서.
▲ 필자가 살았던 동네의 수도를 관리하는 '바르도 소네드'

▲석회가 많은 수돗물
화장품은 주요 마트나 브랜드 매장에서 거의 다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이 유럽 브랜드로 질이 좋다.
튀니지에서 식수를 관리하는 관청을 ‘소네드(SONEDE)’라고 한다. 소네드는  동사무소처럼 지역마다 있다. 튀니지에 처음 왔을 때 두 달이 지나도 수도요금 고지서가 오지 않았다. 수도 요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수돗물 공급이 끊길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파트 우편함을 매일 확인했지만 고지서가 오질 않았다.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도 걱정이 돼 내가 살고 있는 바르도 지역의 소네드를 무작정 찾아 나섰다. 길가에서 보이는 사람마다 “윈 소네드?”하면서 물어물어 먼 거리 골목에 있는 소네드를 간신히 찾아갔다. 수도국 안에 들어서니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원에게 서투른 튀니지 아랍어로 수도요금을 내려고 해도 고지서가 안 나와 찾아 왔다고 했더니 외국인이 수도요금 때문에 찾아온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서로 도와주려고 난리가 났다. 덕분에 ‘바르도 소네드’ 직원과 친구가 됐다.

한국은 매 달 요금이 청구되지만 튀니지에서는 두 달째쯤에 이만큼 정도 내라며 고지서가 오고, 다시 두 달 후에 4개월 요금에서 전번에 낸 금액이 차감되어 청구된다. 수도요금을 내지 못해도 단수를 하지 않는다. 우리와 비교하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이다. 튀니지 사람들에게는 싸다고 할 수 없겠지만 한국에 비하면 수도요금도 아주 저렴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4개월 사용 평균 수도요금이 20디나르(1만2000원) 나왔다. 그런데 수돗물에는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에 바로 마실 수는 없다. 시중에 파는 생수도 끊여봤는데 증기로 석회가루가 많이 올라왔다.

▲ 튀니스 '뱁 벤트' 거리의 우체국
▲ 튀니지의 소포 송장
▲ 우체국에 붙여진 포스터. 소포상자의 규격을 설명하고 있다. 
▲ 우체국을 찾지못해 헤매는데, 간호대에 다닌다는 한 대학생이 도움을 주었다. 오른쪽은 저자 고병률씨.

▲비싼 전기요금
튀니지도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산유국이지만 전기요금은 비싸다. 튀니지는 1966년부터 보르마유전(El Borma)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가 더 많아 에너지 부족분을 수입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철에 전기를 많이 사용했다가는 요금이 폭탄이 되어 날아온다.

가스는 중앙공급식이다. 한국처럼 가스통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기료는 비싼 편이지만 가스요금은 아주 저렴하다. 나는 겨울철에 가스를 사용하여 실내 온도를 높였지만 요금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전기와 가스 고지서도 수도와 마찬가지로 최종고지서는 4개월에 한번 나온다.

우리나라는 은행에서 세금 수납이 가능하지만 튀니지는 우체국에서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수수료로 건 당 500밀림(300원)을 받는다. 이곳에서 제주도에 소포를 보내보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했다. 소포인 경우 배송상황을 우체국 사이트에서 추적할 수 있다. 특송우편인 경우는 5일, 일반우편인 경우는 10일 이내에 받아 볼 수 있다. 사정상 소포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우체국 직원이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적은 확인서를 두고 간다.

그런데 소포를 보낼 때 물품항목에 책을 기재하면 통과가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튀니지는 책인 경우에 통관이 아주 까다롭다.

▲ 아파트 벽에 붙여진 개인병원 안내판
▲ 아파트 벽에 붙여있는 안내판. 마나르 피부과 의사의 병원임을 알 수 있다.
▲ 필자가 이용했던 클리닉 마나르 종합병원
▲ 필자가 이용했던 클리닉 아멘종합병원 안내판
▲ 아멘종합병원
▲ 필자가 혈청검사를 위해 지급했던 수표

▲한국보다 많은 외국인 환자
튀니지의 병원은 아주 의외다. 의료관광 사업이 한국보다 한 수 위다. 2014년에 한국에서 유치한 외국인환자 수는 25만 명인데 튀니지는 40만 명이다. 튀니지의 의료관광 산업이 한국보다 한 수 위임을 보여준다. 튀니지의 해수치료요법센터도 60개에 이른다. 매년 외국인 15만 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튀니지는 치과, 성형수술, 눈 수술,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많은 부문에서 높은 의료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모기에 한번 물리면 아주 간지럽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서 때밀이 수건으로 발을 박박 밀었다가 피부가 벗겨져 피부염 합병증이 발생해 몇 개월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튀니지에서 알고 지내던 간호사의 도움으로 2개의 종합병원과 2개의 개인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외국에서 병이 났을 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스오에스 인터내셔날(SOS Internation) 의료제도가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단원이 파견 나갈 경우에는 회원으로 가입시켜준다. 단원이 활동국가에서 치료가 안 될 경우 의료수준이 선진화된 인근 국가에서 치료하고, 그래도 어려울 경우에는 한국으로 환자를 운송하는 시스템이다.

내 경우는 튀니지가 불어 사용 국가여서 튀니지 병원-프랑스병원-한국SOS와 연결하면서 원격으로 원인을 진단하며 치료했다. 튀니지의 높은 의료수준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종합병원에 갔는데도 종합병원에서 개인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튀니지는 큰 수술은 종합병원에서 하지만 진단은 개인병원에서 한다. 한국처럼 별도의 건물이 아니라 아파트에 조그만 문패 하나만 걸려 있다. 한 건물에 수십개의 개인병원이 있는 것이다.

튀니지를 여행하다 보면 뱀이 술잔을 감고 있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약국이라는 표시다. 약은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면 악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튀니지는 의료보험제도가 잘 되어있는 나라다. <고병률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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