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딘 헤스 대령의 장남 레리 헤스 씨 등 유가족들이 공적 기념비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공군 제공>

6·25 전쟁 당시 미군 수송기로 서울의 전쟁고아 1000여 명을 제주도로 무사히 피신시킨 고(故) 딘 헤스 미 공군 대령의 공적 기념비가 제주도에 세워졌다.

공군은 9일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딘 헤스 대령의 서거 2주기를 맞아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공적 기념비 제막식을 거행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이날 제막식에는 딘 헤스 대령의 장남인 레리 헤스(75)와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 6·25 참전 조종사들과 딘 헤스 대령의 후원을 받았던 전쟁고아 출신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비는 수송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전쟁고아들을 표현한 탑, 딘 헤스 대령이 전투기를 타고 출격하는 모습을 담은 조각, 그가 자서전에 남긴 전쟁고아들을 위한 추모 글을 새긴 비석 등으로 구성됐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기념사를 통해 “제주도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전쟁고아들을 잊지 못하고 그들을 위한 작은 기념비 설립을 소망했던 딘 헤스 대령님의 숭고한 뜻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 기념비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수호와 공군 발전을 위한 고인의 노고와 업적을 기리는 것은 물론 전쟁고아들을 위해 헌신했던 딘 헤스 대령님과 러셀 블레이즈델 목사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딘 헤스 대령은 6·25 전쟁 당시 미 공군이 대한민국 공군 F-51 전투기 훈련과 조종사 양성을 위해 창설한 ‘바우트 원’ 부대를 맡아 공군 전투력 강화에 기여한 인물이다. 한국 공군 정비사가 딘 헤스 대령의 F-51 전투기에 쓴 ‘신념의 조인(鳥人)’이라는 글귀는 한미 공군 우의의 상징이 됐다.

특히 딘 헤스 대령은 중공군의 공세로 인한 1·4 후퇴를 앞둔 1950년 12월 러셀 블레이즈델 미 군목과 함께 서울의 전쟁고아 1000여 명을 미 공군 C-54 수송기 15대에 태워 제주도로 피신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딘 헤스 대령은 ‘전쟁고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제주도에 전쟁고아들을 위한 보육원도 설립한 그는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수시로 한국을 찾아 고아들을 지원했는가 하면 20년 간 전쟁고아를 위한 모금 활동을 하기도 했다. 딘 헤스 대령은 2015년 3월 3일 세상을 떠났다.

딘 헤스 대령의 2주기를 맞아 제주도에 공적 기념비가 세워진 것은 그가 ‘전송가’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밝힌 소망 때문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전쟁 중 무고하게 희생된 전쟁고아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 설립을 소망한 바 있다.

공군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그의 공적을 기리고자 지난해 4월부터 기념비 건립을 추진했다. 광림교회는 기념비 제작 비용 전액을 지원했다. 공군은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도움을 받아 딘 헤스 대령이 구조한 전쟁고아들의 피난처인 제주도에 기념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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