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는 지난 7일 “제2공항 내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방훈 정무부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공군기지의 제2공항 연계 가능성과 관련, 국토교통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한 결과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 이틀도 되지 않아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이를 전면 뒤엎는 발언을 해 큰 파문(波紋)이 일고 있다. 정 총장은 9일 서귀포시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미 공군 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제주 제2공항 내 설치를 기존 국방 중기계획에 따라 진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성용 공군 기획관리참모부장도 브리핑을 통해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논의는 1997년부터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돼 왔다”며 “2021년부터 시작하기 위해 내년에 선행 연구가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대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수송기 3~4대, 헬기 3~4대, 인력 200~300명 정도를 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 및 제주도와 사전 교감이나 공식적인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남부탐색구조부대 주 업무는 구조가 목적이라며, 최근 제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군사기지화(軍事基地化)’ 논란과는 거리를 뒀다.

참으로 해괴한 해명이자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국토부 및 제주도와는 사전 교감이나 협의가 전혀 없다면서도 공군참모총장은 공식석상에서 제2공항 내 부대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200~300명의 병력 등 부대 규모는 밝히면서 군사기지는 아니라고 하니, 과연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 최신예 구축함인 ‘줌월트’의 제주 배치설로 인해 제주해군기지의 경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한·미 복합형 군사기지’가 될 수 있다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공군부대까지 설치하겠다는 것은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부대 설치를 공언(公言)하는 터에 ‘사실 무근’이라는 국토부와 제주도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부는 정녕 제주를 ‘군사기지화’할 작정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평화의 섬’ 제주를 ‘동북아의 화약고(火藥庫)’로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정은 우선 무엇이 진실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정부 및 도정의 그 어떤 정책도 제주도민의 생존(生存) 권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4·3’이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을 겪은 제주도를 더 이상 안보란 미명하에 새로운 ‘실험장’으로 만들어선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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