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그런데…<1>
교육청 비만율 줄이기 일환 ‘1㎞ 걷기’ 추진
인도 사라진 골목길 차량들 사이 ‘아슬아슬’

많은 학부모들은 친구들과 여유롭게 걸어서 등교하는 자녀의 모습을 꿈꾼다. 아이들을 매일 등하교 시키는 것은 부모들로서도 귀찮은 일일뿐더러, 걷기가 건강과 정서발달에 모두 유익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보건소에서는 도민들에게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최근 아침밥을 먹고 1km 정도는 걸어서 학교에 다니자는 취지의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변 학교들의 보행 환경과 걷기 문화 정착을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 지난 13일 노형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과 엄마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차도 위를 걷고 있다.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은 주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움직임이 주정차된 차량들에 가려 더 위험하게 보인다. 문정임 기자
▲ 오라초등학교 담장 옆으로 폭이 매우 좁은 이면도로들이 있다. 차량 두 대가 속도를 줄여 조심히 지나야 하는 저 길에 아이들이 등하교 시간에 몰리면 교통사고 위험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정임 기자

이달 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대도민 홍보계획을 발표했다.

비만율을 낮추고 교우들과 나란히 등교함으로써, 건강한 등하교 문화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침밥 먹고 등교하기’에 이은 이석문 제주도 교육감의 두 번째 건강한 등하교 정책으로 이해된다. 도교육청은 대도민 홍보와 유관기관간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2019년까지 이번 캠페인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지난 13일 오후, 노형초등학교 후문에 아이들을 마중 나온 엄마들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들은 고작해야 열 명 남짓이었지만 후문 앞을 메운 학원 차량과 하교하는 아이들 무리로 좁은 도로와 인도는 금세 복작복작해졌다.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한 엄마를 따라가 보았다. 학교 담장 주변으로 나 있던 보도(步道)는 학교로부터 한 블럭 떨어지자마자 사라졌다.

주택가 사이사이 골목길은 대부분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9m 이하의 이면도로였다.

노형초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내려가는 남북도로에는 비교적 넓은 인도가 있었지만, 각 골목을 연결하는 동서 도로에는 인도가 없었다. 그러나 차량 통행량은 많았고 아이 손을 잡은 엄마는 좁은 도로에서 차를 피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특히 주차된 차들이 많아 운전자들이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날 노형초에서 만난 엄마들은 주변 보행 여건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집이 멀지 않지만 인도가 없어 아이들을 혼자 보내지 못 한다는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엄마는 “사람들은 큰 길을 건너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땐 횡단보도가 없는 이면도로가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된 마을에 인구가 급증하면서 신축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오라초등학교도 통학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로 꼽힌다.

학교 주변에 곡선으로 굽고 길이가 짧은 형태의 이면도로가 많아 골목을 도는 순간 차량과 마주하는 아찔한 사고의 위험이 높아 보였다.

정문 앞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2학년 학부모는 “집은 가까운데 길이 구불구불해 그냥 아이를 매일 데리러 온다”며 “오라초 통학구역이 꽤 넓은 것으로 아는데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보내는 지 궁금하다. 걸어서 등하교는 오라초의 경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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