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광역폐기물 처리시설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매립·소각장) 공사가 17일 마침내 착공됐다. 2014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유치된 뒤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해 12월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지금껏 차일피일이었다.

지난 2일만 하더라도 제주도의 착공 시도가 ‘양돈장 이설 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주민들 반발에 무산됐다. 행정이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협약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 입지 선정 당시 인근 양돈장 이설 약속이 양돈장 대표를 배제된 채 행정-동복리 주민들간에 ‘일방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이에 양돈장 주인은 협약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설할 의무도 없고, 행정은 사유재산인 양돈장 이설을 강제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행정이 선택한 게 ‘세금 투입’이다. 제주도는 양돈장 이설이 불가능해지자, 차선책으로 양돈장 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고 이를 주민들이 수용한 것이다.

제주도가 동복리에 제시한 금액은 가구당 1500만원이며 총 50억원에 달한다. 섣부른 약속과 허술한 협상으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5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양돈장 이설 문제가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엔 행정이 센터 착공 후 양돈장 이설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양돈장 측과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착공된 게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9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봉개매립장은 지난해 10월 만적, 새로운 매립장 확보가 절박한 상황이다. 현재 1·2차 공구 증설을 통해 2018년 동복리 환경자원순환센터 준공전까지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설 주체를 배제하고 이설 약속을 한 행정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에 소요되는 혈세 50억원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들에게 제주도의 오늘과 미래를 맡겨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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