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색채의 부조화도 ‘공해’
아름다운 음악 속 불협화음과 유사
선진 도시 ‘그들만의 색깔’ 지향

외부 상표 색채까지도 ‘통제’
제주도 역시 색채경관 관리 필요
특별법 등 제도적 장치 활용

한 지역에 근사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볼거리와 먹거리와 즐길 일들로 인프라가 형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게 된다. 그 곳이 멋진 건물로 대형 백화점이 되었거나, 아울렛 몰이 되었던지 관계없이 마주치는 풍경들이 비슷하다.

근사한 카페가 있는 최신 현대 건물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그 곳을 나와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변을 만나 조화롭지 못한 경관을 보게 된다. 바로 옆에 폐지 정리장, 길 건너 다갈색 벽돌로 지은 집, 회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삼층집이 나란히 같이하는 경관을 보게 된다.

그런 불편함과 시각적 부조화를 제거하고 도시 환경이 색채 계획에 의해 조화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화로운 화음의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불협화음은 우리의 귀를 괴롭히는 것처럼 조화롭지 못한 색채를 보고 있으면 불편하여 오래 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보기 싫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은 계속되는 과정들이지만 색채의 조화를 고려해 지역 풍광과 균형이 어우러지는 멋진 공간들이 됐으면 한다.

일본은 2005년 경관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그 경관법은 ‘좋은 경관은 국민의 공유자산’이라고 적고 있다. 지역마다 경관을 좋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개인 소유 주택일지라도 마음대로 색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건물의 외관은 지역경관의 구성요소에 포함되는 것을 인식, 색채는 주변과의 관계를 잘 정리했을 때 아름답게 보인다고 명시했다. 경관법에 따라 지역마다의 개성이 존중되고 그 개성을 키우는 색채가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각 지구 설정을 통해 건축물의 형태, 디자인과 함께 색채의 제한도 가능하게 됐다.

서울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다. 서울시는 2008년 서울의 상징 색과 대표 색·권장 색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거대한 도시가 한 번에 빠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또한, 부분을 바꿔서는 변화가 없다. 그리고 신도시 건설이 아니므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유럽의 사례로 프랑스의 파리와 뚤루즈를 들 수 있다. 파리는 프랑스 북부에, 뚤루즈는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파리는 쿨(cool) 톤, 뚤루즈는 웜(warm) 톤으로 주조색이 구성돼 파리에는 쿨 계열의 색채가 형성돼 도로 표지와 건물 외관, 에펠탑, 야간 조명들, 다리의 형태와 색, 가로등,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펼쳐진 모든 회백색 대리석 건물들이 쿨 톤의 주조 색을 유지하며 도시 경관이 이루고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뚤루즈는 도시 전체가 땅에서 올라오는 다갈색 컬러로 가득하다. 토기 화분의 테라코타 웜 톤이 주조색이다. 도시 전체를 조망한 사진을 보면 지붕 색은 다갈색 계열을 이루고 벽은 노르스름한 아이보리 색이다.

일본 지바에서나 프랑스 뚤루즈에선 ‘맥도널드’ 상표의 색이 변형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독특한 그들의 상호와 상표의 색 조차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그 도시가 제시하는 주조색은 바뀌지 않기에 상호 색 조차 변형돼 영업하는 것을 보며 신기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상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감은 포장지와 내부 장식에 그대로 있다. 다만 건물 밖의 도시경관과 조화에 맞지 않기에 변형된 색채의 상호로 판매하고 있다. 그 정도로 도시 전체의 환경색채를 고려한 경관에, 주조 색과 보조 색을 벗어나면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환경색채와 경관법은 나라와 지역, 도시마다 민족성향과 종교와 문화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일조량에 의해 영향을 받는 자연스러운 지역 색은 경도와 위도의 위치에도 다르다. 습도와 건조함에 따른 다름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공식에 맞춘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니지만 많은 변수가 있어도 공통의 환경색채들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 역시 ‘제주만의 색채’를 찾았으면 한다.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콘크리트의 회색 도시가 아니라 제주도가 미래비전으로 지향하는 청정과 공존의 이미지를 담은 색채 찾기에 나서야한다고 본다. 제주특별법과 조례 등 제도적 장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제주도의 미래 경쟁력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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