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일 만에 드디어 수면 위로
인양 시작하니 7시간만에
‘정부가 인양 지연’ 음모론 솔솔

동조 공무원·전문가 모두 ‘공범’
주범도 색출 책임 물어야
어른들의 잘못 바로잡는 기회로

 

드디어 세월호가 올라왔다. 수심 40 여m의 어두운 바다 밑에서 23일 오전 3시45분께 선체 구조물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 50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전복돼 침몰한 지 1073일 만이다.

전날 오전 10시 시험인양이 시작된 지 불과 15시간45분, 본인양이 시도된 지 7시간 만이다. 시작하니 ‘쉽게’ 올릴 수 있는 걸 왜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의아해 하는 모습들이다. 정부는 맹골수도의 거센 조류와 낮은 수온 등을 인양의 어려움으로 들었다. 그런데 겨울보다 바람이 더 부는 봄에, 수온은 4월보다 더 낮은 3월에 인양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가 인양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시중에 확산되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의 세월호 인양 결정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5시간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됐고 탄핵 13일만에 성공했다.

애초에 정부의 의지가 없었다. 2015년 2월7일 ‘세월호 절단 없이 인양 가능하다’는 보도에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는 반박자료를 내기도 했다. 나아가 ‘친박’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들며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참사 1주기가 지난 2015년 4월22일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인양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인양 업체로 중국의 상하이 샐비지가 선정됐다.

그런데 업체의 기술력에 물음표가 던져졌다. 상하이 샐비지가 선택한 인양방식은 실패를 거듭했다. 결국 상하이 샐비지는 선체에 구멍을 뚫어 해상크레인으로 들어 플로팅 독에 올리는 방식을 포기하고, 재킹 바지로 선체를 들어 반잠수식 선박에 싣는 방식으로 변경, 성공했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23일 CBS라디오에 출연, “해수부는 기술력이 없는 회사를 데려와서 인양을 시작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해수부도, 정부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인양할 생각이 없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상하이 샐비지가 성공한 방식은 바로 기술력 1위임에도 가격에 밀려 입찰에 실패한 업체의 제안이었다. 그래서 당시 관여한 해양수산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상하이 샐비지 방식의 문제점을 정말 몰랐을까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

그들은 ‘바다’ 쪽에선 대한민국에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입을 닫았다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한 ‘공범’들이다. 그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세금으로 녹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라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물론 ‘주범’도 색출해내야 한다. 어린 학생 수백명을 포함한 304명이 일시에 수몰된 국가적 비극의 진상규명 작업을 정치적 목적 등 불순한 의도로 방해했다면 ‘중죄’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올라왔으니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한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기원해 본다. 정말 물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단원고 학생 325명의 싱그러운 웃음을 싣고 푸른 바다를 달려야할 배였다.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야 없지만, 꿈을 피워보지 못한 학생들이어서 더하다. 배가 뒤집히고 전기가 끊겨 칠흑 같은 어둠속 선실에서 목을 넘어 차오르는 차가운 바닷물을 어쩌지 못했을 학생들.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벽을 긁어대며 마지막 숨을 제대로 들이키지도 못하고 눈 감았을 순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너무 시리다.

그렇게 아프게 간 우리 아이들이다. 그것도 어른들 때문에. 정확한 침몰 원인이야 조사를 해봐야하겠지만 전부 어른들의 잘못이었다. 선체 상부 구조물 설치로 무게 중심이 높아져 복원력을 떨어뜨린 것도, 화물들을 제대로 고박하지 않아 배가 기울었을 때 쏠림현상을 가속시킨 원인도 어른들이 제공했다. 별 탈 없이 항해하던 배를 우현으로 급하게 틀면서 선체가 기울게 한 것도 어른들이고, 자신들은 팬티 바람으로도 탈출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것도 어른들이다.

이제 진상을 규명,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진상을 말해줄 세월호가 그래도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더라도 가능했을까에 대한 답은 국민들이 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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