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률의 유럽을 닮은 아프리카 튀니지를 가다
<47> 이츠쿨국립공원

▲ 이츠쿨국립공원 습지

2017년 4월 현재, 튀니지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개와 세계자연유산 1개가 있다. 제주에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 있다. 오늘은 튀니지를 중심으로 두 나라의 ‘자연 보물’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츠쿨국립공원 위치
▲ 이츠쿨국립공원 표지석
▲ 이츠쿨국립공원 첫 관문 아치
▲ 이츠쿨국립공원 호수
▲ 이츠쿨국립공원 습지

튀니지와 제주의 세계유산

튀니지의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엘젬원형경기장(5-1, 5-2회 연재) △카르타고유적지(8~10회) △튀니스의 메디나(6-1, 6-2회) △케르쿠안(34회) △카이로우안(39회) △두가(3회 연재) △수스의 메디나(연재 예정)다. 또, 세계자연유산으로는 1980년에 지정된 비제르트(27회)주에 있는 이츠쿨국립공원(Parcnational de l'Ichkeul)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에도 있다. 200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은 한라산 천연보호 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거문오름,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 동굴, 당처물 동굴)로 이루어져 있다. 용암 동굴계는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 비제르트 시내
▲ 6세기에 만들어진 비제르트 항구
▲ 비제르트, 17세기 오스만제국때 지어진 거주지역
▲ 비제르트 항

▲‘비제르트’ 주의 ‘멘젤 부르기바’로

이츠쿨국립공원을 탐방하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하기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튀니지인 친구의 안내로 탐방을 할 기회가 생겼다.

우선, 이츠쿨국립공원에 가는 방법을 조사해보았더니 비제르트(Bizerte) 주(州)의 도시, 멘젤 부르기바(Menzel Bourguiba)까지 가야했다. 그래서 우리는 비제르트를 먼저 여행하고, 멘젤 부르기바에서 이츠쿨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비제르트까지는 국열철도(www.sncft.com.tn)를 타서 가고 싶었다. 출발 시간을 알아보았더니 기차는 하루 4차례가 있는데 첫 차가 12시에 있어서 포기했다. 편안하게 가려고 대형 버스인 신트리버스(www.sntri.com.tn)를 알아보았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이 또한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항상 타고 다니는, 정원이 8명인 르와지(Louage)라는 독특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 이츠쿨국립공원 박물관으로 가는 길
▲ 이츠쿨국립공원 박물관
▲ 이츠쿨국립공원 습지에서 풀을 뜯는 소들
▲ 이츠쿨국립공원 습지
▲ 이츠쿨국립공원 호수
▲ 이츠쿨국립공원 박물관 전시물

▲가장 프랑스적인 도시, 비제르트

비제르트(Bizerte)는 빈자르트(Binzarte)라고도 한다. 1881년 프랑스가 점령했고, 1942년에는 독일 군에게 점령돼 북아프리카의 주축군 기지로 사용되던 것을 1943년 연합군이 탈환하면서 시가지와 항만이 철저하게 파괴됐었다.

튀니지가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프랑스 해군이 1963년까지 이곳에서 철군하지 않고 주둔했던 아프리카에서 가장 프랑스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비제르트를 구경하고 나서 멘젤 부르기바에 도착했다. 비제르트의 한 도시인 멘젤 부르기바(Menzel Bourguiba)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프랑스 육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멘젤 부르기바에서 이츠쿨국립공원으로 가는 택시를 잡고 흥정을 했더니 왕복 30디나르(1만8000원)를 달라고 한다. 왕복 예약을 하지 않으면 돌아 올 방법이 없다고 했다.

멘젤 부르기바에서 남서쪽으로 20여분정도 달려가니 이츠쿨국립공원을 알리는 아치가 나왔다. 이츠쿨국립공원은 튀니지 유일의 습지인데 불어로는 ‘이츠쿨’, 영어로는 ‘이츠케울’로 발음한다.

그곳에서 다시 10여분 더 들어가니 이츠쿨국립공원 주차장이 나왔다. 주차장을 나와 습지로 들어가는 오솔길은 전혀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였다. 등산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다시 10여분을 올라가니 조그만 아랍식 건물이 나오는데 그곳이 이츠쿨국립공원을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아주 소박했다.

▲드디어 만난 끝이 안 보이는 습지·호수

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감탄할 정도로 아주 넓은 습지가 나타났다. 끝이 안 보였다. 숲은 신기하게도 제주도의 곶자왈과 같은 모습이었다.

습지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검은 소 한 무리가 보여서 깜짝 놀랐다. 이츠쿨의 자연환경이 제주도와 흡사하다고 느끼면서 걷고 있는데 검은 소까지 보이니 제주 흑우가 생각이 났다. 물소라고 한다.

다시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거대한 호수가 바로 산 아래 펼쳐졌다. 호수라기보다는 수평선이 안 보이는 바다라고 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이츠쿨국립공원은 숲과 습지와 호수에 둘려 싸여있었다. 총면적 126㎢의 자연공원이다.

이츠쿨 호수에서 강을 따라 비제르트 호수까지 연결되며 비제르트 호수는 운하가 건설되어 지중해에서 까지 연결된다.

▲왕가의 수렵지였던 곳

이츠쿨국립공원은 1240년 이후 하프시드 왕가 소유의 수렵지였다. 19세기 후반까지도 왕가의 사유지로 되어 있었기때문에 원시의 대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에 이 지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면서 1977년 유네스코에 의해 ‘국제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1980년 국제습지조약(람사르 조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지정되었고, 1980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 가운데 공원·호수·습지대로 등록됐다.

이츠쿨국립공원은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면서도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유일의 습지대이다.

가만히 보니 습지와 호수에 앉아있는 까만 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새떼들이었다. 새떼들이 호수 한가운데 군집해 있어서 내가 가진 스마트 폰으로는 확대해서 찍을 수가 없었다. 박물관에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보니 이츠쿨 호수와 습지에는 250종에 이르는 조류가 서식한다. 겨울철에는 오리, 황새, 기러기 등 한번에 30여만 마리가 찾아와 한 철을 보내며, 여름철에는 플라밍고(홍학) 수백 마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016년 12월부터 우리나라에서 튀니지 민물장어를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수입하는 장어들은 이지역에서 나오는 신선한 자연산들이다.

▲제주와 닮은 곳

제주도민들 중 누군가 튀니지를 여행하게 된다면 비제르트와 이츠쿨국립공원을 꼭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주도의 자연 환경과 비슷한 이츠클 세계자연유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츠쿨이 제주도의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와 다른 점은 전혀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계절이 있는 튀니지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너무 닮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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